| 아이지시스템 김창균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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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오너와 일반 직장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일찍이 고대 철학자 플라톤도 지배자인 철인은 ‘지혜’, 생산자 계급은 ‘절제’, 군인에게는 ‘용기’란 덕목이 제일 중요하다며 계급마다 차이를 뒀다. 아이지시스템의 김창균(46) 사장에게 사업가로서 필수적인 자질에 대해 물어봤다.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자신이 없어도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수시로 찾아옵니다. 가끔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나가야 됩니다. 판단력이 우수해도 용기가 없으면 옴짝달싹 하지 못해요”
아이지시스템은 각종 첨단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칩을 작동하게하는 소프트웨어를 검사하는 장비인 에뮬레이터 등을 만든다. 그러니까 수요처가 반도체회사, 더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칩 연구원이라고 보면된다.
김 사장에게 ‘용기’란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결단’을 뜻한다. 현재 주력제품인 휴대폰에 내장되는 핵심칩인 32비트칩용(用) 에뮬레이터를 개발하는 과정은 그만큼 쉽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98년, 삼섬전자에서 12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접고 회사를 설립했는데 시작치고는 무난했습니다. 당시 일반가전제품에 들어가는 4비트, 8비트칩용 에뮬레이터를 만들어 삼성쪽에 납품했으니까요. 하지만 시장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미련을 두지 않았습니다. 미래가 있으려면 32비트용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죠”
이 때 김 사장은 남들과는 다른 판단을 했다. 당시 인텔ㆍNECㆍ도시바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만든 32비트칩이 아닌 영국의 작은 벤처기업인 ARM사의 칩을 들여와 검사장비를 만들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ARM사는 이름도 없는 후발주자였지만, 기술만큼은 최고였죠. 특히 반도체설계 전문업체로서 ‘칩제조 기술을 로열티를 받고 파는’ 비즈니스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이 회사의 칩이 전세계에 쓰이게 되면 우리의 에뮬레이터도 금방 자리를 잡을 거라고 봤습니다”
지난 99년부터 시작한 ARM칩용 에뮬레이터 개발은 2002년 끝났다.
당시 악수(惡手)처럼 보였던 결단은 결국 옳은 선택으로 드러났다. 현재 전세계 반도체칩의 70%가 ARM사의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ARM칩이 확산되면서 칩의 작동을 테스트하는 에뮬레이터의 수요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김 사장의 에뮬레이터에 대한 자부심은 각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에뮬레이터 제조 기술을 최초로 국산화했기 때문이다. 국내산으로는 아직도 아이지시스템의 에뮬레이터가 유일하다.
“국내 시장에서 60%의 시장를 점유하고 있는 독일 제품에 이어 우리가 20%로 2위에요. 가격경쟁력은 물론 기술력도 낫지만, 검사 장비를 다루는 연구원들이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꺼리는 탓에 기존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있는 만큼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확신합니다”
아이지시스템을 소개할 때 빼놓지 않는 게 ‘선행’활동이다.
매년 수익의 1%를 불우이웃돕기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 아니나 다를까 사장실에는 경영이념인 ‘선(善)’이란 글자가 벽에 걸려있다. 김 사장은 “창업했을 때부터 가졌던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실천하고 싶었다”며 “내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이윤창출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건실한 기업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경영계획
아이지시스템은 현재 3개의 사업군으로 짜여졌다.
기존 에뮬레이터 등 MDS(Micro-process Develop System)사업에, 지난 2003년 임베디드사업, 2005년 무선솔루션사업을 추가한 것. 임베디드사업에서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를, 무선솔루션사업군에서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관련 무선단말기와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매출 600억원, 영업이익 30억원보다 각각 67%, 233%늘어난 규모다.
MDS사업에서는 임베디드 형식의 기존 에뮬레이터 외에 일반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테스트기기를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에뮬레이터는 그간 미미했던 해외에 공을 들여 중국과 인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임베디드사업을 통해서는 U-시트(Ubiquitous City)와 홈네트워킹, U-헬쓰 관련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무선솔루션사업에서는 기존 개발도상국가 외에 미주나 유럽 등지로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김 사장은 "매출 비중은 ▦MDS사업 25% ▦임베디드사업 15% ▦무선솔루션 60% 등으로 무선솔루션이 높지만, 매출증가가 예상되는 MDS와 임베디드의 이익률이 높은 만큼 수익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