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경계·작전태세 정탐? "천안함, 北과 무관" 작전?

[北 NLL 침범 재개… 왜?] 軍 "특별 의도 포착 안돼"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북 경비정은 지난해 한 달에 두 번 꼴인 23회나 서해 NLL을 넘어왔다. 2006년 11회, 2007년 8회, 2008년 7회에 비해 부쩍 늘어난 수치다. 특히 북 경비정이 남한의 경고에 무리하지 않고 곧바로 퇴각한 점 등에 비춰볼 때 "현재로서는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게 군 안팎의 일반적 시각이다. 북한은 올 들어 천안함 사태(3월 26일) 이후 두 달 가까이 단 한 차례도 서해 NLL을 침범하지 않았다. 매년 4, 5월이면 경비정이 꽃게잡이 등 조업에 나서는 북한 및 중국 어선과 뒤섞여 서해 NLL 부근에서 얼쩡거렸는데 이런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천안함 사태 당시 군의 경계 태세를 놓고 온갖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잔뜩 독이 오른 남한에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군은 2004년 교전수칙을 단순하게 바꿔 경고통신 이후 경고사격과 격파사격을 바로 할 수 있도록 했고 천안함 사태 이후에는 현장 지휘관의 신속한 대응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자중하던 북한이 어찌 보면 일종의 수를 뒀다고도 할 수 있다. 왜 그랬을까. 우선 북한은 남한 해군의 달라진 경계ㆍ작전 태세를 확인할 필요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군은 이달 10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필승 50일 계획에 따라 전력, 작전 운영, 장비 정비 등 6개 분야에 걸쳐 고강도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에 따른 후속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 장병의 퇴근 시간도 오후 10시 이후로 늦췄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으로서는 천안함 사태 이전과 이후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한번 떠 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큰 위험 부담 없이 정탐 차원에서 움직였다는 것이다. 북한이 좀더 적극적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줄곧 서해 NLL을 침범하면서 일관되게 NLL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천안함 사태와 상관없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사태로 움츠러들어 제 발이 저리고 있다는 외부의 시각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서해 NLL이 분쟁 수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남한에 밀리지 않고 강경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북 경비정의 서해 NLL 침범이 일종의 꽃놀이 패라는 주장도 있다. 남한 해군이 과민하게 반응해 경비정을 격침시키더라도 북한으로서는 별로 잃을 게 없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이 경우 남한에 책임을 묻는 식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면서 천안함 사태 원인 발표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노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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