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의궤' 88년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다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 기자회견

일본에 강제로 빼앗겼던 조선왕실의궤가 드디어 돌아오게 됐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10일 오전 내각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 반환하고자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담화를 발표한 것에 맞춰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가 이날 오전 견지동 조계종 전법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의정 환수위 공동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2006년 조선왕실의궤의 환수운동을 시작하면서 경술국치 100년인 올해 8월 환수를 목표로 했다”며 “(일본의 결정은) 민간단체의 환수 노력이 성과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환수위 사무처장인 혜문스님은 “조선왕실의궤가 돌아오는 것은 일본 총리 담화의 ‘사죄’ 표현을 넘어서 한일 관계 진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의궤뿐 아니라 대한제국의 소유였으며 현재 일본 궁내청에 소장된 ‘제실도서’와 다른 문화재 등에 대한 환수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선왕조실록 반환에 성공한 뒤 2006년에 조선왕실의궤 환수위를 꾸린 이들은 국회에 ‘약탈문화재환수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의하고 이집트ㆍ그리스 등 문화재 피탈국가와 국제연대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조선왕실의궤는 왕실의 혼인ㆍ장례ㆍ잔치 등 주요 의식과 행사 준비과정을 상세하게 적고 그림으로 만든 문서이다. 조선 건국 초기 제작된 의궤들은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됐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은 1601년(선조 34년) 의인왕후 장례에 대한 것이며 대부분은 19세기에 제작된 것들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오대산 사고 등에 보관하던 왕실서적을 일본으로 반출했고 조선왕실의궤는 1922년에 빼앗겼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