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갈 때 승인 받고 소속사 홍보는 무료로.' 탤런트 장자연씨의 자살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간 불공정 계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연예인들의 '노예계약'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정위는 20개 중소형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230명의 전속계약서를 조사한 결과 8개 유형의 91개 불공정 계약조항을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불공정 계약 행태는 지난해 하반기 공정위가 10개 대형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실태조사보다 더 다양하고 질은 나빴다. 세부내용을 보면 기획사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조정권을 갖고 연예인은 자신의 위치를 항상 통보하는 한편 출국할 때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의 활동과 계약에 대한 통제조정권도 전적으로 행사했다. 그러면서도 연예기획사 홍보 광고 등에는 무상출연 의무를 지웠고 기획사 혹은 계열사가 주관하는 행사에는 횟수에 상관없이 무상 출연하도록 했다. 기획사의 허락 없이 연예활동을 중지하거나 은퇴할 수 없다는 계약조항을 넣은 곳이 있는가 하면 계약을 해지하면 같은 업종이나 유사 연예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독소조항까지 삽입했다. 이번 조사가 실시된 20개 연예기획사 중 13개사는 공정위가 지적한 불공정 조항을 자진 시정하고 6개사는 이달 말까지 제정할 예정인 연예인 전속계약 표준약관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연예계의 노예계약 관행이 근절될지는 미지수다. 연예업계의 한 종사자는 "신인 연기자나 가수는 표준계약서가 도입 되더라도 사실상 연예기획사에 종속된 지위를 개선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