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침보다 실행이 중요한 규제 차등화

정부 규제를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보편화할 것 같다. 규제정책을 심의ㆍ조정하는 규제개혁위원회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규제영향 분석서 작성지침’ 개정안을 의결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작업에 들어갔다.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규제방안을 모색하고 기업규모에 따라 집행시기ㆍ방법 등을 차별화하자는 취지다. 주먹구구식 정부 규제가 합리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규제를 도입하려는 부처는 경제ㆍ사회적 편익을 부풀리거나 비용을 줄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규제를 받는 기업은 억울하기 마련이다. 체감 규제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합리적인 정부라면 규제 대상 기업들의 규모별 현황, 1인당 평균 매출액 대비 규제부담 비율 정도는 파악하고 적정선에서 도입을 검토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규제영향 분석이 중소기업의 부담완화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업종이나 규제정책의 특성에 따라 대기업ㆍ중소기업ㆍ소상공인 등 적어도 2~3개 기업군으로 나눠 규제영향을 분석하는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통계확보 등이 어려워 분석이 곤란한 경우라면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규제영향에 대한 사전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부담을 생각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마구잡이식 입법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상 과실 등으로 화학사고를 일으켜 사상자가 생겼거나 인근 지역 재산ㆍ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끼진 기업에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그 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기업 매출액의 50%ㆍ10%까지 물리려다 업계가 반발하자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5%(단일사업장 기업은 2.5%) 이하’로 한발 물러섰다. 규제영향 분석의 내실화가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규제개혁위는 정부 부처들이 개정 지침을 잘 지킬 수 있게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심사에 반영해 조기정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