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과 일본 아베노믹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미약한 회복기미를 이어가던 한국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상저하고’ 경기전망이 깨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 실물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의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다 보니 국내에서 아무리 잘 컨트롤해도 국제적 상황에 따라 휩쓸릴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감에 코스피지수가 1,900선이 무너지는 등 아시아 증시가 급락했다. 글로벌자금의 신흥국에서의 탈출이 본격화했다는 불안감은 더 높아졌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라 신흥시장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재로썬 언제 출구전략이 시작될지, 어느 정도 혼란이 지속될 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경제주체들의 미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국가간 교역을 억눌러 수출에 기댄 우리경제의 성장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선 소비와 투자가 더 위축되면서 그나마 살아나던 심리를 돌아서게 만든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부문장은 “그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큰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 보니 오히려 남아있는 뉴스에 시장이 더 민감하고 크게 반응한다”며 “그나마 다행인 건 과거 같으면 우리나라가 다른 신흥국보다 훨씬 크게 반응했을 텐데, 최근엔 남아공, 인도, 동남아 등이 우리보다 더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어떻게든 경기‘불씨’를 살리려는 정부는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아직까진 신중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양적완화가 종료된다는 건 미국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도 “다만 변동성이 커지는 건 경제주체의 예상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발 뉴스가 터질 때마다 이탈 준비를 하는 해외자본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몇 년 째 재정 조기지출을 통해 경기회복세를 버텨나가는 상황에서, 하반기에 경제회복이 본격화할 것으로 장담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한 축인데 반해 내수로는 보완할 부분이 없다 보니 해외자본 유출입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STX 등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의 장기적 불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가시적인 동력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자본유출입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이날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통위원들 역시 “미국 양적완화 조기 축소가능성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장기시장금리는 크게 올랐으며 환율도 상당 폭 상승했다”며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주목하고 있음을 명시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출구전략에 맞춰 하반기 경제운용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