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한국축구 대수술 절실

'최악의 상황을 간신히 모면한 불만족스런 위기 탈출.' 14일(한국시간) 새벽 벌어진 한국과 레바논의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2차예선 7조리그 5차전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이날 레바논과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실상 최종예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3승2무의 한국은 2차예선 최종전인 다음달 17일 몰디브와의 홈경기에서 무난한승리가 예상되기 때문에 승점 1차를 유지하고 있는 레바논(3승1무1패)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최종예선에 입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처럼 최소 2006년 말까지 문을 닫아야하는 최악을 상황을 피했지만 수차례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데다 위기 때 조직력도 흔들리는 등 오히려비난을 들어도 떳떳이 고개를 들 수 없는 한판이었다. 레바논이 아무리 홈 이점을 안았다고 하더라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9위의 약체이기에 가슴졸인 무승부는 월드컵 4강국의 자존심을 또 한번 뭉갠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아시안컵 예선에서 오만과 베트남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데 이어 세계축구 최약체나 다름없는 몰디브와 치욕의 무승부를 기록,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옷을 벗고 본프레레 감독 체제에서도 2004아시안컵 8강 탈락, 베트남전 졸전 등 한국축구의 살엄음 행보가 거듭된 셈이다. 더구나 이같은 상황에서 이날 베트남을 3-0으로 대파하고 기가 살아난 `도깨비팀' 몰디브를 홈에서 쉽게 이기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든다. 때문에 도무지 탈출구가 없어보이는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고 최종예선도 통과해월드컵 6회 연속 본선 무대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개혁의 칼날을 대는 등팀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팀 멤버 인선에 있어 해외파와 한일월드컵 태극전사는 주전이고 국내파는벤치용이라는 등식이 알게모르게 성립되면서 지난해 '오만쇼크'처럼 적지 않은 선수들의 동기 유발을 저해하는 것은 꼭 짚어봐야 할 사안이다. 물론 팀내 경쟁을 해도 개인 기량이나 정신력, 전술 적응력 등에서 해외파가 월등하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문제는 전문가는 물론 축구팬 대다수가 한국이 살떨리는 침체기를 맞았던 가장큰 원인으로 정신력 실종을 꼽았다는데 있다. 세계 축구가 점점 평준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정신력 무장은 승리를 위한 필수요건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정신력 약화는 팀 조직력 난조로 이어져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곤 한다. 투지, 정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지 않으면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홍명보(LA 갤럭시)와 안정환(요코하마)을 과감히 제외한 것 처럼 대표팀 탈락의 불명예를 맛볼 수 있다는 경고를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치열한 경쟁으로 주전을 가리는 서바이벌시스템을 가동해 체력 등 몸상태가 기준 이하로 판명되면 '팽' 조치를 취하는 등 열심히 뛸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미래 한국축구를 짊어질 '젊은 피'들에게도 출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와 함께 유로2004에서 웨인 루니(잉글랜드) 등 10대 골잡이들이 맹활약한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급에서도 될성부른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 새로운 스타로 성장시키면서 팀내 경쟁력을 배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한국판 마라도나'로 통하는 최성국(울산)이 연습생으로 히딩크 감독의 월드컵대표팀에 승선한 뒤 가파르게 성장한 사례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또 A매치 추진에 있어 차출 등 풀어야할 과제도 많겠지만 홈 위주의 경기를 탈피, 이웃 일본처럼 선진 축구의 산실인 유럽 원정 등을 통해 값진 경험을 쌓게하는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베이루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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