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1월 5일] 앱 1인기업 이젠 양보다 질

"앱분야 1인창조기업 10만명이요? 두고 보세요. 결국 모두 하청개발자로 전락할 겁니다." 최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취재하느라 만난 한 벤처기업가는 사업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대뜸 이렇게 단언했다. 앱개발 사업에 뛰어든 사업가의 입장에서 볼 때 1인 창조기업이 지속적으로 활약할 수 있을 만큼 앱시장의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는 얘기다. 사실 스마트폰 앱시장이 1인 기업의 주요 공략대상이 된 것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진입하고 공정하게 승부할 수 있는 시장구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장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일단 앱의 양과 질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전세계적으로 앱스토어 다운횟수는 지난해 31억회에서 올 상반기에만 40억회에 이르고 있다. 개인이 수많은 경쟁앱을 뚫고 수익을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간혹 유료 앱스토어 상위권에 랭크되더라도 유지되는 기간은 며칠에 불과하다. 일회성 히트를 하더라도 그 다음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현재의 앱생태계에서 앱개발자가 손익분기점을 맞추자면 51년이 걸려야 가능하다는 보고서까지 나올 정도다. 수많은 1인 기업이 결국 대기업의 정보기술(IT)시스템을 처리하는 하청개발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미 앱개발은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다. 하나의 킬러앱이 탄생하자면 기획부터 개발ㆍ디자인까지 각 분야가 어우러져야 한다. 실제 나홀로 출발했던 개발자들이 1인 기업을 접고 속속 벤처기업으로 뭉치는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개인의 재능을 맘껏 꽃피우고 도전정신을 살려 창업하는 1인 기업은 분명 일자리 창출을떠나서라도 사회적으로 뜻깊다고 보여진다. 다만 시장의 문화가 바뀌었으면 1인 창조기업 정책도 변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제 인원수를 늘리거나 성공신화를 만드는 작업보다 실제 도전한 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지원하는 일에 방점을 찍을 때다. 결국 하청개발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젊은 벤처기업가의 우려가 현실이 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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