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사람] 송병준 산업연구원장

"한·중 FTA, 시간 지나면 실익 없어… 서둘러 추진해야"



5년만 지나도 中제품 고품질화
내수시장 진출등만만치 않아
빨리해야 제조·서비스업 이득 中企 없으면 대기업도 못버텨…
상생 위한 파트너 인식 가져야 내년 GDP성장률 4% 초·중반
환율은 1,100원이하가될것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입니다. 농업 분야에서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지만 지금 추진하게 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서로 얻을 게 많습니다." 송병준(사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지난 19일 동대문구 회기로 산업연구원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만 지나도 (내수시장 진출 측면에서) 우리도 얻을 게 많지 않고 중국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면 우리에게 얻을 게 많지 않다"며 한중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올해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대ㆍ중소기업 상생에 대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경쟁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GDP) 4%대 초ㆍ중반, 환율은 연평균 1,100원 이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취임 후 첫 공식 인터뷰 자리에 나온 송 원장은 약 1시간30분 동안 국내 산업정책 및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쉴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송 원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성장세에 주목하며 중국으로부터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 우리는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수출 증가의 1.3배 이상을 중국과의 교역효과에 의존하고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같은 주력산업에서는 대중 수출 비중이 50%를 상회한다. 특히 전체 수출 중 중국ㆍ홍콩 등 중화권 비중은 27%에 달한다. 송 원장은 "앞으로 한중 FTA까지 이뤄지면 중국의존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명암이 엇갈리는 업종이 많은데 제조업과 부품소재 분야에서는 상당기간 이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KIET는 한중 FTA와 관련한 협상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 증가에 대한 대비책으로 그는 "대중 수출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업종은 인도등 다른 시장으로 다변화시키면서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키는 한편 중국 경제 및 산업 변동에 대해 심층 조사ㆍ연구 기능을 강화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거대 소비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에 대해 송 원장은 "점차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의 한계가 많이 나타나고 있고 이제는 내수시장 진출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하이엑스포를 다녀와보니 고가 하이엔드 제품 등에서 파고들어갈 여지가 있더라"면서도 "거대한 지역적 특성상 타 국가 수출에 맞먹는 물류비용ㆍ유통ㆍ마케팅 등의 어려움으로 내수시장 진출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송 원장은 "오르막내리막이 없이는 성장할 수 없듯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달러에 이르게 되는 시점에서는 중국도 소용돌이를 겪게 될 것"이라며 "금융 부문 부실, 건설ㆍ부동산 가격 등과 구조조정 문제도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그는 "아직 중앙정부가 정치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해나가고 있지만 GDP가 높아지면서 각 성별 소득격차 등과 같은 도농 격차는 미래 갈등의 가장 큰 복병"이라고 덧붙였다. 송 원장은 우리가 성공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배경으로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선진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급격한 원화가치 하락으로 채산성 개선에 힘입어 공격적인 투자나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송 원장은 또 "마케팅 등에 있어서도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고 지난 1997년 IMF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금융부담을 줄인 것 등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올해 400억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으로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자동차나 기계류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고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부품소재의 대중국 수출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화제를 국내 이야기로 돌리자 송 원장의 목소리 톤이 다시 높아졌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 양극화 문제 등 우리에게 해묵은 과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송 원장은 "올해 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과감한 규제철폐와 서비스 개방을 통해 보다 시장친화적이고 경쟁적인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조업은 연구개발(R&D) 혁신을 통해 신제품을 내놓으면 바로 파급효과가 나오지만 서비스 분야는 혁신 모멘텀을 찾기가 어렵고 가시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쉽지 않아 서비스산업을 통한 양극화 해소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송 원장은 "데이터 확보 등 연구인프라가 굉장히 취약한 것도 과제여서 연구원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력산업 구조에 대해서는 "산업 기술력과 품질의 대표적인 바로미터인 공작기계나 일반 기계류들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적자가 심했는데 이제는 수출도 많이 되고 경쟁력이 높아져 효자산업이 됐다"면서 "산업구조 고도화 측면에서 제조업은 일본이나 독일 등 선진국의 패턴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송 원장은 특히 "과거 일본이 한국에 물건을 팔면서 제조업 발전을 시킨 것처럼 우리에게는 중국이라는 엄청난 수요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녹색산업과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는 우리를 비롯해 선진국ㆍ개발도상국 등이 다같이 경쟁하는 체제여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원장은 "전통 산업과 달리 신재생에너지ㆍ전기자동차 등의 녹색산업은 격차가 10~20년에 불과해 중국이 굉장히 도전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거시경제 전망에 대해 송 원장은 "기저효과가 사라지는데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올해보다 나아질 게 없어 투자ㆍ수출 등에 있어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이 예측한 내년 GDP 성장률은 4%대 초ㆍ중반. 그는 "유럽 재정위기의 재연,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 환율 및 무역을 둘러싼 분쟁 등의 세계경제 불안요인이 하방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금리상승 및 주택경기 부진과 맞물린 가계부채 부담,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속도 등도 위협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ㆍ중소기업 상생에 대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송 원장은 "정부가 밀어붙여도 기업들의 인식과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납품단가 인하, 구두계약 등을 하지 못하게 하면 다른 방식의 편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들의 체력이 소진돼 떨어져나가면 결국 대기업도 버틸 수 없으므로 대기업들도 시혜적인 측면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을 경쟁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면서 "정부도 일회성 쇼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기업들이 동반성장을 해나가는 수준을 나타내는 기준인 상생 관련 지표를 만드는 작업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타 국가와의 FTA에 대해서도 송 원장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한미 FTA에 대해 "관세 등 중요한 핵심사항을 번복하자는 미국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라며 "우리도 본질적인 카드를 준비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FTA 유효성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일 FTA에 대해서는 "자칫 잃어버린 10년이 15년ㆍ20년이 될 수 있어 이제는 한국에 대해 조급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이 기술ㆍ산업 협력 등을 비롯해 굉장히 적극성을 보이고 진지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력 ▦1955년 경북 김천 ▦1979년 고려대 경제학과 ▦1991년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석ㆍ박사 ▦1994년 산업연구원 기계산업연구실장 ▦1998년 산업연 자본재산업연구실장 ▦2000년 산업연 지식산업연구실장 ▦2003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방문교수 ▦2004년 산업연 성장동력산업실 선임연구위원 ▦2010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2010년 한국노동경제학회 이사 ▦2010년3월~ 산업연 원장
"원전·고속철등 신수출산업 전략 마련"
■G20 이후 연구 과제는 최근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이 막을 내린 후 송병준 산업연구원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향상된 국격과 국가브랜드 제고 효과를 어떻게 대외진출로 연결시킬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히 위기극복 과정에서 세계 산업지도도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력산업과 신성장동력산업을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적으로 송 원장이 그린 구상은 기존 캐시카우(핵심 수익원)였던 전통 제조업 외에 원전ㆍ고속철도 등의 분야에서 신수출산업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계산업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성장전략을 명확히 제시하기 위함이다. 그는 "방산물자ㆍ고속전철ㆍ원전설비ㆍ플랜트 등은 이제 설계단계부터 비용 개념이 들어가는 등 글로벌 시장 고객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방산물자의 경우 과거에는 내수시장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수출 방향에 대해서도 앞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ㆍ유럽 등의 선진국보다는 화교권이나 남미 쪽이 잠재적인 수요국인 까닭에 향후 마케팅이나 시장 조사 등을 병행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송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내수산성을 확충하기 위한 서비스산업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최근 서비스산업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고 내부 서비스 관련 조직도 서비스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그는 "서비스산업은 내수확대 및 고용창출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지만 성과가 잘 보이지 않아 투자를 끌어내기도 어렵다"며 "절대 과제는 규제완화이지만 서비스 생산성을 내재할 수 있는 방법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산업개발 경험 전수활동의 중요성도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송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거시적인 정책 전수는 진행되고 있지만 개별 국가들은 자국 상황에 비추어 어떤 분야 어느 산업을 해야 하는지 족집게식 과외를 요청하더라"며 "특정 산업 육성 당시 펼쳐온 정부 정책과 제약조건 등을 면밀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비교적 경제규모가 큰 개도국은 중화학공업에, 반대로 작은 국가들은 전자부품ㆍ섬유 등의 제조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과거 제조업 1등은 일본으로만 생각했지만 이제 한국은 굉장히 어려운 여건에서 우등생이 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환율전쟁으로 인한 원화절상 상황에 대응하는 대비책과 원자재 가격 급등시의 대응방안 등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한편 송 원장은 지난 8개월간 내부적인 체계 확립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근본적으로 고령화돼 있는 조직이어서 젊은 피를 수혈하는 한편 개인에게는 자긍심을 일깨우고 조직으로서는 역동성을 주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또 "이제는 민간연구소가 많아졌기 때문에 연구 분야에서도 차별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산 증인… 자체 승진 케이스로 따르는 후배들 많아
■송병준 원장은 송병준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산업연구원의 산 증인이다. 지난 1984년 연구원에 몸을 담아 기계산업연구실장ㆍ자본재산업연구실장ㆍ지식산업연구실장 등을 거쳐 원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동료ㆍ선후배들과의 대화와 토론을 무척 즐기는데다 외부인사가 아닌 자체 승진 케이스여서 따르는 후배가 많다.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송 원장은 연구원 입사 초기에는 인력문제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외국인 연수생 제도 도입. 1990년대 초 급증하는 외국인력 문제가 한참 부각되면서 이들의 방출문제가 제기됐을 때 송원장은 '외국인 연수생 제도'라는 아이디어를 제기, 이들이 국내 산업인력 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그와 관련한 주제로 1993년 발표된 '산업인력의 수급원활화 방안:외국인력을 중심으로'라는 논문. 송 원장은 "당시 외국인 근로자를 다 내보내야 하고 합법적으로 쓰자는 이야기를 하기 힘든 상황에서 법적 테두리를 만들게 된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 원장은 1995년에는 자본재 산업 육성 종합대책,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연구 등 국가의 굵직굵직한 과제를 맡았다. 특히 2005년에는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발전방향을 제시한 '한국 산업의 발전 비전 2020'을 8권의 책으로 내 향후 정부정책에 많이 활용되기도 했다. 그는 원장 취임 이후 연구원 내 주말 산악회를 결성, 주말마다 직원들과 북한산을 같이 오르며 유대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매우 신중하고 합리적이며 포기를 못하는 성격이면서도 주말에는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할 정도로 음악을 매우 즐긴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도성환 홈플러스테스코 대표이사, 최강식 연세대 교수 등과 막역한 사이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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