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교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빚어진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막대한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투입한 데 이어 재할인율을 전격 인하하는 등 금융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재할인율 인하 이후 주식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고는 있지만 미국 국채금리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금융 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 불안이 언제쯤 진정될지, 그리고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의 타격을 주게 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금융 불안이 진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실물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세계가 하나로 통합된 글로벌경제하에서 이 같은 일련의 경제적 충격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데 있다. 냉정하게 말해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주택 부문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금융 불안의 원인 제공자로서 치러야 하는 대가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방만한 주택대출과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레버리지 효과, 고등수학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정교한 파생금융상품 등으로 얽혀 있는 난해한 금융구조에 내재돼 있는 일종의 시스템 리스크가 폭발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 통화 당국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금융 불안을 충분히 진정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당국이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고 그러한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 한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위기를 기회로 주택금융 모기지에 대한 감독 강화와 금융상품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의 재평가 등을 비롯해 많은 제도 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번 금융 불안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크든 작든 타격을 받지 않은 나라는 없지만 유독 한국의 피해가 컸다. 참여정부가 치적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주가지수가 2,000을 넘어서면서 주식시장의 새 장을 열었다는 흥분은 이번 금융 불안의 직격탄을 맞고 패닉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뛰는 전형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정책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부채질하는 해프닝까지 연출함으로써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문제가 터지자 원론적인 펀더멘털론만 되풀이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이 물린 돈이 얼만 안되기 때문에 피해가 적다는 일차원적인 계산을 내놓은 것이 대책의 전부였다. 미국에서 금융경색이 발생하면 외국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든지, 금융 불안이 환율ㆍ금리ㆍ수출과 실물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 등 보다 본질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세계적인 은행이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는 등 금융 불안이 한창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통화 당국이 대거 구제 금융을 방출하는 급박한 상황인데도 되레 금융 불안이 진정되고 있다는 엉뚱한 진단을 내놓아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막대한 규모의 엔화 자금에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이를 정도로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황과는 달리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와 위험성에 대한 정책 당국의 무지와 무관심을 보여주는 대목 같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이번 금융 불안을 무난히 극복해주기를 비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은 없어 보인다. 지금처럼 완전 개방화된 경제에서는 국내 변수보다 해외 변수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금융 불안은 보여준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가 독감이 걸린다는 지난 70년대의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정책 당국의 안목과 능력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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