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얼큰이(얼굴이 큰 사람) 때문에 무대가 하나도 안 보여."
뮤지컬·연극 공연 직후 또는 휴식시간에 누군가를 비난하는 관객의 대화를 듣곤 한다. 비싼 돈 주고 온 공연에서 관람에 방해를 받는다면 누군들 짜증 나지 않겠는가.
뮤지컬 관람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변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동, 이른바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관크의 종류는 다양하다. 당사자도 어찌할 수 없는 '큰 머리'부터 음식물 섭취, 똥머리(긴 머리를 동그랗게 말아 올린 모양), 입·발냄새, 큰 숨소리, 공연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속삭이는 관객까지. 이 정도는 예삿일이다. 공연장 하우스 매니저들이 현장에서 접하는 관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저녁 공연엔 술을 마시고 오는 관객들이 종종 있어요. 그런데 이 분들이 공연중 코를 골며 주무시거나 토를 할 때가 있어요. 음주 측정을 할 수도 없고 참…" "좌석을 계속 발로 찬다는 이유로 공연 중 멱살잡이를 한 관객 때문에 경찰이 출동했죠." 때론 배우의 열혈팬이 관크를 유발하기도 한다. 지난해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라이선스 공연 당시 모 배우의 팬이 공연 도중 'OO오빠 사랑해요'를 수차례 외쳐 배우의 연기가 잠시 중단됐다. 아이돌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에선 공연 도중 몰래 사진을 촬영하고 녹음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공연 마니아가 많이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선 특정 일자 특정 공연장의 좌석 번호와 함께 좌석의 주인이 저지른 관크를 나열하는 성토의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극장은 공연장 내 폐쇄회로화면(CCTV) 설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관크가 단순 민폐를 떠나 공연의 흐름을 끊고 더 나아가 손해배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공연장 관계자는 "관객들은 높은 관람료에 걸맞은 집중적인 객석 관리를 원한다"며 "공연장 입장에서도 관크 논란이 예민한 문제인 데다 목격자 확보로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일들도 많아 진지하게 CCTV 도입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내 주변에 누가 앉느냐는 그야말로 복불복. 관크에 그나마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공연장 관계자에게 1막 후 휴식시간에 불편 사항을 신고하는 것이다. 관객 요구 시 공연장 유보석으로 자리를 바꿔주기도 하고 때에 따라 재관람을 안내한다.
서두에 소개한, 얼큰이 관객을 비난하던 사람은 그날 공연 내내 휴대폰을 만지며 불필요한 조명을 만들어 냈다. "본인이 남에게 기대하는 만큼 매너를 지켰으면 좋겠다." 다수의 하우스 매니저들이 이 점을 관크 대처법으로 제일 먼저 꼽은 이유다. 명심하자. 관크를 욕하는 당신 역시 누군가에겐 관크 유발자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