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에 체류하는 교민들은 22일 저녁(현지시간)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가 안전한 석방 기원에도 불구하고 참수된 것으로 보도되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교민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김씨의 모습을 보면서 무사귀환을 바랐는데 끝내 불행한 사태를 맞았다"면서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체류중인 한 상사원도 "알-자지라 TV에 나와 울부짖던 김씨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다 나왔다"면서 "잘 살아보려고 전쟁터에 나와 고생하던 한 젊은이의 꿈이 이렇게 무산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교민과 상사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에 대한 납치나 공격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정부와 대사관측에 요구하고 있다.
일부 상사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수하거나 현재의 사무실이나 주택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바그다드 무역관의 김규식 관장은 관저 부근에 아랍족들이 반감을 갖고 있는 쿠르드 정당 건물이 입주해 있고, 적십자사와 기독교인들이많이 살고 있어 조만간 관저를 다른 곳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한 교민은 "납치범들은 이번 사건에 그치지 않고 파병철회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사건을 계속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이에 따라 현지에정착한 일부 교민을 제외하고는 전원 철수시키는 등 강도높은 교민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사관측도 금명간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보다 강도높은 교민안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가 근무했던 가나무역 직원들은 이날 저녁 부터 `최악의 상황'을 예감했던듯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이날 오후6시께 대사관을 방문한 김 사장을 동행한 한 여직원은 평소 친하게 지냈던 기자에게 마저 거의 말을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앞서 만났던 가나무역의 현지 여직원은 "미스터 김은 아랍어도 잘하고 성격도 사교적이어서 이라크 직원들과 잘 어울렸던 모범직원"이라며 무사생환을 귀환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김 사장은 22일 저녁 김씨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바그다드 외곽의 미군부대를방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무역측은 김씨의 시신이 수습되는대로 조만간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등 후속대책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라크 현지인들과 외신기자들도 김씨 피살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기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등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를 도와 통역업무를 맡고 있는 무라드씨는 "이라크에 와서 고생하던 한국 젊은이가 변을 당한데 대해 위로의 말을 드린다"면서 "아내도 김씨의 참변소식을 듣고 울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머물고 있는 알-둘레이미 호텔에 투숙중인 미국 온라인 매체 '살롱닷컴'의 필립 로버트슨 기자도 기자를 일부러 찾아와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바그다드=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