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향, 말러연주회 Ⅳ

부천시향, 말러연주회 Ⅳ '듣는 사람 숫자만큼의 말러가 있다' 누군가의 이 말처럼 구스타프 말러(1860~1911)를 잘 표현하는 단어는 찾기 힘들지 모른다. 말러의 음악은 현대음악으로 이르는 지름길이다. 19세기 교향곡의 전통을 정돈하고 20세기 현대음악으로의 가교역할을 한 열쇠이다. 그를 거치고 나서야 현대 음악가들의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됐다는 연주가들의 고백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한다. 듣는 우리에게는? 말러는 우선 철학적으로 다가온다. 그냥 '세기말적 정서'라고 정의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것은 슬픔이기도 하고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과도 같다. 그렇게 그는 다르다. 부딪히고 고민하던 내 페부를 훑는 중심에 말러가 있다. 모두가 제각기의 사연을 들고 와서 제각기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돌아간다. 말러가 주는 감동은 일상에선 오지 않는 셈. 평범하지 않은 시절에 내 안의 그이는 빛이 난다. 그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겠다는 기획이 나왔을 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연주되지 않던 곡이라는 부담감에 과연 관객이 들까 하는 현실적 계산도 한 몫 했다. 그렇게 1년. 우리는 가득 찬 관객과 기립박수, 그리고 말러 클럽, LD감상회, 리허설 형식의 프렐류드 콘서트 등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신드롬을 본다. . 부천필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1999~2002'의 네번째 시간. 이번 선곡은 교향곡 제 3번이다. 6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말러 교향곡 뿐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교향곡 중 가장 긴 곡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표제는 '사랑이 내게 말하는 것'. 말러가 '어여쁜 괴물'이라 부를 정도로 사랑했던 이 교향곡에선 그의 자연사랑을 들을 수 있다. 그에게 신과 다름없었을 자연이 그 사랑으로 결코 인간을 버리지 않는다는 게 그이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붙이는 사족 하나. 단 시일내에 말러의 모든 교향곡을 연주한 바 있는 정상급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는 말러 교향곡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3번을 꼽은 바 있다.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협연. 11월28일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580-1300 김희원기자 입력시간 2000/11/20 17:40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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