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1분기실적 큰폭상승

`미국 경제, 봄은 이미 왔다(?)` 이라크전과 유가 상승, 지난 겨울 혹한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미국의 900대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당초 예상을 깨고 33%의 높은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최신호(19일자)에서 보도했다. 매출 역시 11%가 올라 2001년 1ㆍ4분기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마진율도 전년의 5.3%보다 개선된 6.4%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 개선에 대해 미국 기업들이 지난 2년간의 극심한 불황을 딛고 마침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톰슨 퍼스트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찰스 힐은 이번 실적 개선이 ▲극단적인 비용 절감 ▲낮은 금리 ▲약 달러의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1ㆍ4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대폭 올려놓은 일등 공신은 에너지 기업과 자동차 업체. 이라크전 발발 우려로 유가가 배럴 당 4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이 기간동안 세 자릿수의 순익 증가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주요 에너지 업체들의 1ㆍ4분기 평균 수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353%가 뛰었다. 이 중 엑슨 모빌은 전년보다 237% 증가한 7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려 이 기간동안 가장 많은 이익을 낸 미국 기업으로 꼽혔다.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 역시 807%가 뛰었다. 포드 자동차의 경우 전년 8,000만 달러의 적자에서 올해 8억 9,99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고무적인 소식은 깊은 수렁에서 허덕이던 테크놀로지와 통신 부문의 기업들이 회생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년 전 5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던 통신 기업 버라이존은 올해 18억 달러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식의 철저한 비용 줄이기와 부채 절감 노력, 또 새로운 회계 방식을 도입한 결과다. 텍사스 인스투르먼트 역시 높은 마진율의 반도체 매출이 크게 늘면서 전년 동기 3,800만 달러의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1억1,7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와 관련, 반도체 부문은 2001년 바닥을 기점으로 현재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고 해도 앞으로 90년대 후반과 같은 고속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잡지의 진단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이익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비교 대상이 되는 지난 해 1ㆍ4분기의 실적이 워낙 나빴던 탓이며 이라크전을 앞두고 급등한 유가로 에너지 업종의 이익이 특별히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혜경 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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