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지난 2월 미국 뉴욕타임스에 ‘특별한 기고문’이 하나 실렸다. “한 달 전,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중략) 하지만 내 운은 다했다. 몇 주 전 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을 알았다.” 신문을 통해 자신의 시한부 선고를 공개한 주인공은 미국의 의학자요, 환자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소생’ 등 베스트셀러의 저자 올리버 색스다. 그는 지난 8월 14일자 뉴욕타임스에 마지막이 된 기고문을 남기고 30일 눈을 감았다. 책은 유려한 필력으로 ‘의학계의 시인’으로까지 불린 색스가 어린 시절 지적 탐험기를 회고한 첫 자서전이다. 2004년과 2011년 한국어판으로 나왔지만, 색스가 사망한 뒤 다시 출간됐다. 넘치는 호기심 탓에 선생님으로부터까지 ‘멍청한 거니, 못된 거니, 정신이 이상한 거니?’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소년. 제2차 세계대전의 암울한 시기를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버텨낸 한 인간의 성장기가 책에 담겨 있다. 책 제목인 ‘엉클텅스텐’은 소년 색스의 훌륭한 화학 선생님이었던, 텅스텐 필라멘트로 백열전구를 생산하는 실험에 빠져 있던 데이브 삼촌을 부르는 말이다. 1만 1,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