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부쩍 탄력이 붙고 있다. 과거 임기 5년 단임 대통령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흐름이다.
집권 4년차가 되면 여권내 권력구도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대통령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더구나 차기 대권후보들인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에 복귀, 당권 경쟁에 나섬에따라 책임장관제라고 불렸던 `분할통치' 구도도 사실상 막을 내린 상황이다.
여당 내부적으로는 2.1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균형추 역할을 해온 친노세력의 분화조짐이 뚜렷하다. 40대 소장파와 비노(非盧) 세력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청와대 치받기'가 잇따르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신(新) 40대 기수론이 나왔다.
여권내 환경은 이처럼 청와대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노 대통령이던지는 메시지에는 이전보다 더 힘이 실리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노 대통령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광폭'으로 표현될 만큼 국정운영 전반에대한 강력한 드라이브 걸기에 힘입은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민사회 등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종전과 달라진 태도를 보여준 것이 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제고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연말 개정 사학법 문제로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이후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정 현안 대응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다.
개정 사학법에 대한 한나라당과 종교계의 재의요구를 단호히 거부한 것을 시작으로, 유시민(柳時敏) 의원을 복지부장관에 기용해 여당 소장파의 반발을 정면 돌파했고, 사학의 신입배정거부 움직임에 대해서도 사학비리 조사 착수 등 초동단계에서부터 강경 자세를 취했다.
특히 유 의원 입각을 강행한 것은 결과적으로 여당 내부의 `원심력'을 누그러뜨리고 권력누수 현상을 미연에 차단하는 효과를 낳음으로써 노 대통령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분수령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돌이켜 보면 유 의원 입각에 반대하며 청와대에 반기를 든 여당내 반발 움직임이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 언급으로 초동단계에서 가볍게 진압되는 양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당 일부의 반대 속에서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통일 장관에 앉힌 것도 노 대통령으로선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표명인 동시에 내각에 대한 직할체제를 강화하고 개혁색채를 보다 선명하게 했다는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극화 등 당면하거나 가까운 미래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근원적인 재원 마련문제를 고민해보자'는 내용의 신년연설도 노 대통령의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관측이다.
신년연설은 특히 재정 개혁 필요성을 시사한 대통령의 언급 후 사회적 공론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대연정과 달리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이 실린 `대통령 어젠다'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록 정부 내에서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의입장 등도 고려해 미래위기 요인에 대한 국정구상 발표 시기가 연기됐지만, 노 대통령은 그 기간 미래문제의 공론화와 함께 관련 의제의 틀을 관리하면서 여론의 흐름을 잡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초당적 견지에서 지속적으로 미래에 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으로이슈를 만들거나 키워가면서 향후 지방선거 이후 정치, 사회적 핵심의제를 주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이를 떠나 노 대통령은 우선 임기 후반기 자칫 조직기강이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를 다잡고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각종 사회 부조리 등 부정부패 요인에 대해단호히 대처하는 것에서 국정운영의 또다른 축을 세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여당을 비롯한 당내 경선 부정에 엄정 수사 의지를 강조한 뒤 경찰이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국세청이 대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하고, 내달초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단행키로 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 한 핵심관계자는 "비리요인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원칙적인 입장"이라며"뭐든지 사안의 본질이 중간에 훼손되거나 적당히 타협하면서 봉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