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회장 소환…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그림 고가매입

檢 '그림로비' 의혹 수사

검찰이 국세청 고위간부의 부인이 운영하는 가인갤러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이 규명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3일 국세청 고위간부인 안모씨를 상대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C건설사의 배모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배 회장은 안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가인갤러리에서 시가보다 비싸게 미술품을 사주는 방식으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안씨가 다수의 건설사 등에 이 갤러리에서 고가의 그림과 조형물을 사도록 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뇌물을 챙긴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전날 가인갤러리와 C건설사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으며 안씨 등을 출국금지하고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일단 안씨의 뇌물수수 의혹을 규명하는 차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한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씨가 한 전 청장의 부인에게서 받았다는 그림 '학동마을'의 처분을 맡긴 곳이 바로 가인갤러리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한 전 청장 내외와 부부동반으로 만난 자리에서 그림을 건네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한 전 청장과 전 전 청장 모두 "그림을 본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 전 청장은 이후 그림 로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됐으나 지난 3월 중순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가인갤러리 수사 과정에서 '학동마을'의 거래와 관련된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검찰로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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