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추락하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연초대비 10% 이상 폭락, 지난주 한때 1만7천선까지 내려 앉았다. 일본 증시 침체가 일본 경제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해본다.<편집자주>◎세계경제/미 주가 상승유지 ‘한몫’/국제시장 핫머니 일서 철수 미로 밀물/일 자금시장 특수 타국영향 미미전망
【뉴욕=김인영 특파원】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주가가 급락과 반등을 거듭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미미하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세계 금융가의 등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벌 시대를 맞고 있지만, 일본 자금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최근의 주가 폭락이 해외에 미치는 파장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일본 주식시장의 악재가 미국 에선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뉴욕 투자자들 사이에는 한때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폭락 증시를 살리기 위해 미 재무부 채권을 매각하고, 그렇게 되면 연초부터 달아오르던 미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자금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일본 주가 파동은 일본 섬 안에서 그칠 것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외국인에게 판매된 미 재무부 채권의 비율이 31% 이고, 특히 일본인들에게 판매된 비율은 8.2% 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현재 시가로 볼때 일본 투자자들로선 미국의 채권을 팔아서 일본 주식을 사는 것이 불리하므로 채권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투자자들로선 오히려 일본의 주가 폭락이 미국 주가의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즉 일본 경제 침체가 일본 엔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국제 시장의 핫머니가 일본 엔화 시장에서 빠져나와 달러화를 사기 위해 미국 시장에 몰려들기 때문에 미국 주가는 좋아진다는 것이다.
2년전 엔화가치가 치솟을때 일본 주식시장은 수출이 안된다며 하락했지만, 이제는 엔화 약세가 주식시장을 거꾸러뜨리는 역설의 논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악순환 고리’ 작용할 듯/소비·투자위축 기업실적 악화 불보듯/GDP성장목표도 0.5%P 이상 내려잡아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동경 증시의 추락이 가뜩이나 어두운 일본 경제에 암울함을 더하고 있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들 사이에서는 주식시장의 침체가 개인소비와 기업 투자여력 등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도 경제 회복의 불확실에서 빚어진 동경 증시의 침체가 일본 경제에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일본 민간기관들이 내다본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5%. 기관들은 그러나 새해 시작 보름만에 성장 목표치를 0.5% 포인트 이상 내려잡기 시작했다. 연초대비 10% 이상 하락한 주가가 단시일내에는 회복세로 돌아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주된 근거였다. 기관들은 우선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이른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하락에 따른 심리적 충격으로 소비의욕이 극도록 위축된다. 오는 4월부터는 소비세 인상과 함께 민간소비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후지연구소는 닛케이지수가 1만7천선에서 뒤뚱거릴 경우 GDP성장률이 0.5% 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것은 물론 성장의 양축인 가계지출과 신규 생산투자의 감소폭도 2.3% 와 0.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시장의 침체는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여력을 크게 감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는 결국 올 한해 「주가하락소비·투자위축기업실적 악화주가하락」 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게 일본내 기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