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채무유예 막판에 이르러서는 전담은행간 감정적 갈등마저 불거지는 등 「너무나 많은 사공」탓에 대우 워크아웃호(號)가 산으로 가는 조짐마저 보인다. 특히 이날 워크아웃 방안이 부결된 ㈜대우의 경우 변형된 법정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의 방침조차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계열사들의 채무조정안이 이처럼 진통을 겪자, 정작 대상 회사들은 영업활동이 갈수록 위축되는 등 골병이 들고 있는 형편이다.
◇배가 산으로 간다= 대우전자의 채무조정안이 「조건부로」 통과된 24일 밤. 한 전담은행 임원은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전자의 전담은행인 한빛은행의 방안대로 핵심사항을 뒤로 미뤄놓고 일을 처리하면 누가 채무조정안을 확정짓지 못하느냐』는 것. 한달여에 걸쳐 투신권의 반발을 무마하려 애쓴 전담은행들의 노력이 한빛은행의 「변칙처리」에 의해 일순간에 무너졌다는 말도 튀어나왔다.
전담은행간 합의했던 「손실분담확약서」를 투신권으로부터 받지 않기로 한데다, 보증기관과 투신권간 갈등문제도 추후 처리토록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데 대해 반발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빛은행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전자를 매각하면 채권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데 굳이 현 상황에서 투신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어떻게든 채무조정안을 조기 매듭지어 시장과 대상회사의 안정을 기하는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어쨌튼 이번 사안으로 전담은행간 「감정의 골」만 불거지게 됐고, 앞으로 대우 전체의 워킁아웃 진행에서도 적지않은 파고를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흔들리는 워크아웃 방안= 물론 60조원을 넘는 거대한 대우호의 워크아웃을 단숨에 끝낸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러나 현재 채권단이 진행중인 워크아웃 작업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다.
계열사별 진행과정이 그렇다. 대우통신이 세차례에 걸친 회의끝에 기업구조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한데 이어 금융계열사인 다이너스클럽코리아와 대우캐피탈마저 구조위의 손에 넘어갔다.
주력사중 믿었던 대우중공업은 워크아웃의 기본틀마저 채권단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 채권단은 대우중공업을 조선·기계·잔존부분 등으로 나눌려던 계획을 무산시켰다. 담보·무담보채권자간 회수율이 문제가 됐다. ㈜대우는 아예 초장에 승부를 내는 것이 불가능하리라고 예상했던 계열사인 만큼, 1차 회의서 부결됐다고 문제삼는 것 자체가 우습다.
채무조정안이 통과된 회사들도 사실은 처음부터 워크아웃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자력갱생이 가능한 회사들이었다.
◇㈜대우, 아무도 방향을 짐작하지 못해= 대우 워크아웃의 핵심은 역시 ㈜대우의 처리방향이다. 해외채권단(여신규모 6조3,000억원) 문제가 집중적으로 걸려있는 계열사다. 그러나 정작 ㈜대우를 처리해나가야할 채권단은 아무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담은행인 제일은행 관계자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채권단 대부분이 ㈜대우의 워크아웃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출자전환에 따라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해답을 내놓고 있는 사람은 없다.
현 상황에서 그려볼수 있는 시나리오는 정부가 수시로 내놓고 있는 처리방향에 바탕을 둔 것이다. 정부는 ㈜대우의 워크아웃이 삐걱거릴 것을 예단, 이른바 「사전적 동의절차에 의한 법정관리(PRE-PACKAGED BANKRUPTCY)」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상거래 채권의 동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연쇄부도 등의 파장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이는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다. 해외채권단에 대한 일종의 압박용 성격이 강하다. 해외채권단의 부채는 손실률에 근거해 현가할인 매입하는 방안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전에 해외부채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만큼은 한두차례 회의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가정」에 불과한 것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대우 워크아웃 작업은 「시간」에만 의존한 기분이다』고 일갈했다. 중심이 없다는 얘기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