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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료원 홍보팀에 근무하는 남창훈씨는 요즘 부채를 필수품으로 갖고 다닌다. 고려대안암병원 8층에 있는 홍보팀을 비롯한 사무실 건물의 실내온도 기준이 28도로 조정되면서 웬만큼 더운 날씨가 아니면 에어컨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남씨는 "전력대란이 우려되는 만큼 병원들도 절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환자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없는 만큼 행정사무실 온도 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기사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사용이 여느 건물보다 월등히 많아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대형 병원들이 올여름 예고되는 전력대란을 앞두고 절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병원은 각종 의료장비의 가동이 많고 입원병동과 응급실 등의 시설로 인해 24시간 돌아가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전력사용이 매우 많다. 실제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전력소비량이 많은 건물 순위에서 삼성서울병원은 서울대와 호텔롯데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전력의무감축대상이 아니고 블랙아웃시 강제절전하는 순위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전기를 끊는 대상이다. 이 때문에 자체절전 캠페인 등을 펼치며 절전을 독려하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려대의료원은 행정실ㆍ연구동ㆍ의료지원실 등의 온도를 28도로 제한하고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개별 냉방기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기 위해 교수연구동의 개별 냉방기 전원을 오전10시ㆍ오후6시ㆍ오후10시에 강제로 차단한다. 3층 이하는 계단을 활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사무실 등의 실내 적정 온도를 정부 기준인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전직원 대상으로 컴퓨터와 사무실 전등 끄기, 퇴근 한 시간 전 개별 냉방기기 전원 끄기, 사용하지 않는 전원기구 전원 코드 빼기, 3개 층 이하는 계단으로 걷기 등의 '끄GO 빼GO 걷GO'의 '쓰리GO'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6월부터는 상의 재킷을 착용하지 않는 쿨비즈 복장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예비전력이 300만kW 미만 상황인 '주의' 경보가 발령되면 간부들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해당 부서는 물론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원까지 줄일 수 있도록 에너지 절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비상상황 실천계획을 수립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은 월간 전력사용량을 1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세우고 최근 절전캠페인에 들어갔다. 이대목동병원은 진료시간을 제외하고 외래복도의 격등을 실시하고 직원 모두가 3층 이하의 경우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및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절전 동참을 호소하는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김광호 이대목동병원 원장은 "올여름 최악의 전력 부족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랙아웃 공포가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력 다소비 업종인 병원이 절전 모범 보이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절전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병실 등 환자들의 거주공간은 냉방온도 조절이 쉽지 않은 만큼 일반 사무실 등의 절전 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