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사교육 부추기는 공교육기관

일부 대학·고교 주관 영어캠프 평균 300만원 넘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조사결과
입학사정관제 연계 확산 우려


일부 대학과 고교들이 초ㆍ중등생을 대상으로 수백만원대의 영어캠프를 운영하면서 정규 교육과정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등 고액 귀족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모집을 시작한 주요 대학과 고교의 겨울방학 영어캠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캠프의 참가 비용이 평균 300만원을 훌쩍 넘었다고 5일 밝혔다. 용인외고가 초5~중2를 대상으로 4주간 진행하는 캠프는 참가비가 450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민족사관고등학교(초5~중2, 4주) 390만원, 청심국제고(초6~중2, 3주) 330만원 순이었다. 이밖에 연세대(초2~초6, 3주) 310만원, 한국외대(초5~중2, 3주) 294만원, 서강대(초3~중2, 3주) 280만원 등이었다. 특히 이들 캠프는 참여 학생 선발 과정에 토플 등 공인어학성적과 수상실적을 반영하고 자체 레벨테스트나 지필고사를 실시하는 등 정규 교육과정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입학조건을 내걸었다. 한 학교의 경우 학교나 학원 교사의 추천서까지 요구했다. 이처럼 '선별'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캠프인 만큼 수업 내용 역시 학교 교육과정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한 캠프의 경우 수학ㆍ과학ㆍ미국 역사 등으로 구성된 SAT/AP 선행학습, 영어토론 및 토플 대비 수업은 물론이고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강의와 면접대비 강좌까지 캠프 수업에 포함돼 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이 같은 고액 캠프가 입학사정관제와 연계돼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학부모들은 초ㆍ중학교 때부터 스펙 관리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일부 명문고나 대학에서 주관하는 캠프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 시행되는 고교 입학제도 개선안에서 공인어학성적이나 경시대회 실적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캠프 등 '기타 사육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규정의 모호함'을 악용해 학생 선발 과정에서 특혜를 주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 차원의 관리감독 체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학교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캠프 운영에 대해 별다른 관리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며 "내부적으로도 관리감독 강화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학교의 캠프 운영이 규제나 지침을 어기는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새로운 고교입시 개선안을 시행하고 지켜야 할 공교육 기관에서 지원자를 대상으로 고액 사교육을 운영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교육 당국 차원에서 지도감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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