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투성이 공단 도시에서 첨단 디지털 산업의 메카로’ ‘구로공단’이란 말이 던져주던 무겁고 우울한 회색의 이미지가 조금씩 퇴색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지난 2000년 말 구로공단이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로 변신했을 때만 해도 ‘이름 바꾼다고 수십년 켜켜이 묵은 굴뚝의 때를 벗겨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6년여가 흐른 지금, 무려 6,000여개의 업체가 입주한 디지털 산업단지를 보며 더 이상 구로공단의 화려한 변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구로공단을 필두로 한 구로구의 환골탈태는 민선 4기 양대웅 구청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4대 권역 개발’ 계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옛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가리봉동 일대 ‘벌집촌’과 재래시장은 ‘가리봉 균형발전 촉진지구’ 사업을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8만2,430평 규모의 촉진지구 개발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할 뿐 아니라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의 배후기능을 맡는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이다. 오는 2011년 호텔, 컨벤션센터, 상업ㆍ유통시설, 생태공원, 공동주택 등을 두루 갖춘 깔끔한 도시로 재탄생해 구로공단의 변신에 마침표를 찍어줄 전망이다. 구로구는 인접한 남부순환도로를 땅 밑으로 지나게 하고 그 위로는 지상 공원을 조성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구로ㆍ금천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양대웅 구로구청장은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는 이미 모든 측면에서 강남 테헤란밸리를 압도하는 첨단 IT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며 “가리봉 촉진지구가 디지털 단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배후 중핵시설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내 대표적 혐오시설로 인식돼 온 영등포 교도소를 이전시키고 그 부지를 개발하는 숙원사업에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구로구 외곽지역인 천왕동 산자락 2만2,400평 부지로 교도소 등 교정시설을 옮기는 대신 고척동 현 부지 일대 3만여평을 ‘개봉 생활중심권’으로 재개발하는 작업이다. 구로구는 고척동 일대를 문화ㆍ레저ㆍ유통 복합단지로 꾸미기 위해 기본개발계획 수립 용역을 연내 끝낸다는 계획이다. 교정시설이 옮겨가는 천왕동을 비롯해 항동 등 서남쪽 일대의 경관지구 63만여평은 대형 수목원과 실개천, 3,800가구의 전원형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친환경 신도시로 탈바꿈한다. 온수역을 중심으로 한 온수역세권 개발이 추진되고, 항동 일대에는 사색의 숲, 휴양의 숲, 생태의 숲, 화목원, 습지, 산책로 등으로 꾸며진 39만여평 규모의 대형 수목원이 들어선다. 구로구에서 개발열기가 가장 뜨거운 신도림역 주변은 ‘신도림ㆍ구로 역세권’ 개발을 통해 서남권 대표 상권축으로 거듭난다. 옛 기아산업 부지에 들어서는 프라임산업의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오리엔트의 30층짜리 복합빌딩은 준공을 1년여 앞두고 있다. 1만여평 대성산업 부지에는 호텔과 컨벤션센터, 주상복합 등으로 구성된 복합타워가 오는 2010년까지 들어선다. 이 같은 4대 권역 개발에도 불구하고 구로구에는 여전히 노후 불량주택 밀집지역이 적지않다. 하지만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받은 곳은 전무하다. 가장 시급한 개발과제였던 가리봉동, 온수역세권 개발사업 등이 뉴타운과는 성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는 현재 관내 3곳에 대해 뉴타운 지구지정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초현황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조성재 도시관리국장은 “양천구 목동의 경우 투기바람이 부는 바람에 결국 재개발 사업이 무산되지 않았느냐”며 “여러 재개발 후보지를 묶어 정비지구로 지정할 수 있을 지 여부를 파악하는 단계인데 자칫 섣불리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