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업
1841년 7월5일 영국 중부 지방 레스터역. 570명의 손님이 열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17.7㎞ 떨어진 러프버러. 여행객들은 특별열차 편성에 공짜 식사라는 대우를 받았다. 단체여행객이었기 때문. 금주단체 회원인 여행객들은 이날 나들이로 철도를 이용한 최초의 단체관광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행사를 기획한 토머스 쿡(당시 33세)은 여행객들과 철도회사가 만족하자 본업인 캐비닛 제작을 접고 사업체를 꾸렸다. 최초의 여행사인 ‘토머스쿡’을 차린 것. 마침 시기가 좋았다. 철도가 깔리고 소득수준이 높아진 덕에 손님이 몰렸다. 1851년 런던박람회가 열렸던 5개월 동안에는 16만명을 넘는 관광객이 그의 여행사를 거쳤다.
여행사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기고 토머스가 은퇴한 후에도 토머스쿡 여행사는 선두를 지켰다. 비결은 해외여행과 여행 안내서 발간, 전문 가이드 채용 등 미개척 분야 개발. 크루즈 관광의 효시인 나일강 유람(1871년), 200기니(요즘 가치 2,130만원)짜리 세계일주 상품(1872년)도 선보였다. 호텔 투숙객이 직접 투숙료를 치르는 대신 신용으로 수표를 끊는 ‘호텔 쿠폰(1867년)’은 오늘날의 여행자수표로 발전했다. 토머스쿡 여행사는 요즘도 세계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나온 길은 영국과 비슷하다. 국영화와 매각으로 소유권이 독일로 넘어가 이름도 토머스쿡AG로 바뀌었다.
토머스가 열어놓은 여행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2004년 세계시장 규모 6,230억달러의 황금시장임에도 한국에는 골칫거리다. 관광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갈수록 불어나기 때문. 올 상반기 중 여행수지 적자만 44억달러. 수출로 애써 번 돈을 해외여행으로 까먹는 형국이다. /권홍우ㆍ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