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이 부른 日디플레 교훈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일본 경제의 충격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에서 5번째로 큰 레소나 은행의 지급 불능 사태를 막기 위해 2조엔(17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레소나 은행의 문제는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은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부실채권이 늘어난다는데 있다. 재무성에서부터 중앙은행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모든 기관들이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그 싸움에서 계속해서 지고 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가격 변화의 폭을 알려주는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 1995년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디플레이션율은 2.3% 증가했다. 일본은 충분치 않은 수요ㆍ부실채권ㆍ디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의 진흙탕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경제 회복은 보다 팽창적인 통화ㆍ재정 정책과 은행 부문의 구조조정, 그리고 영업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의 폐쇄 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수단들은 여러 위험과 정치적인 어려움을 수반하고, 이것이 일본에서 디플레이션 극복에 진전이 없는 이유다. 이로부터 선진 국가들이 배워야 할 교훈은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일본식 디플레이션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훈은 특히 중앙 은행들이 염두에 둬야 할 것들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인플레이션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고, 유럽 중앙은행(ECB)은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막기 위해 충분한 마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G7국가 재무장관들은 이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미국 경제는 결코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고, 유럽 재무장관들도 디플레이션을 유럽경제의 위험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낙관론은 위험하다. 일본의 실수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을 과소평가한데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과대한 통화정책이 오히려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당시 통화 팽창 정책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로 인해 일본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일본의 계속되는 경기 침체는 여타 국가들에 경고로써 작용해야만 한다. 과거 이와 같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정책 실수는 용서 가능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같은 용서가 용인되지 못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5월1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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