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레타(46) 이탈리아 민주당 부당수가 24일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 총리에 지명되면서 정부 구성을 위임받았다. 레타 지명자는 이르면 이번주 내로 정치인과 관료를 아우르는 새 정부 구성을 완료할 것으로 전해졌다.
도나토 마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공표했다. 지난주 재선된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지난 2월 총선 이후 정부 구성에 실패하며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신임 총리를 서둘러 지명했다.
레타 총리 지명자는 이날 총리 지명을 수락하면서 “지명 사실에 놀랐다.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탈리아 정부는 실업, 빈곤, 경기침체로 인한 중소기업의 위기에 대해 해답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의 경제정책에 대해 “성장보다 긴축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타 지명자는 이르면 이번주 내로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최대 의석을 얻은 중도좌파 민주당에서 총리 지명자가 나옴에 따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우파 자유국민당과 대연정 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과 자유국민당, 마리오 몬티 현 총리의 중도 성향 시민선택당 모두 누가 신임 총리로 지명되든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신임 총리가 지명되면서 정국 불안이 수습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유로화가 출범한 1999년 이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장기간의 정국 혼란과 경제 난국 등 해결 과제가 산더미다. 또한 정국 혼란을 유발하는 선거법을 개정해 정국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한편 레타의 지명은 이탈리아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해석된다. 당초 줄리아노 아마토 전 총리가 신임 총리로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신임 총리를 지명하는 것을 택했다.
레타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비서실장인 지아니 레타의 조카로, 중도우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온건 성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면서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당수와도 가까운 중도좌파 성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