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A씨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대기업 계열사인 B회사가 인턴사원 전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배너를 올렸는데 실수로 모든 지원자가 합격자로 표시된 것이다. 뒤늦게 확인한 B회사 인사팀은 즉시 배너를 내렸고 지원자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지만 합격한 줄 알고 기뻐했던 A씨의 속은 이미 까맣게 타들어간 후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국내 전체 실업률은 내려갔지만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올랐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상반기 채용 시즌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막차를 타려는 '청년백수'들로 채용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하지만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A씨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들의 꼼꼼하지 못한 '채용행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취업뽀개기' 카페에는 기업의 '무심한 처사'에 대한 청년백수들의 볼멘소리가 게시판을 장식한다. 한 인터넷 기업은 채용하면서 문의할 곳도 만들어놓지 않아 구직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한 대기업은 불합격자에게는 전형결과를 알려주지 않아 몇 주 동안 구직자들을 '희망고문'했다. 입사 지원 마감날 서버가 마비되는 것은 이제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이 외에도 기업 채용행정의 문제는 많다. 이번에 취업에 성공한 C씨는 "서류전형에서 최종합격까지 대부분 3주에서 한달이 걸린다. 꼼꼼하게 평가하는 것은 좋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너무 지친다"며 전형기간의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 취업 포털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채용기준을 명확하게 명확히 공지하지 않는 것도 입사지원자들의 불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구직자들이 회사에 직접 불만을 나타내기는 힘들다. 구직시장에서 지원자들은 어디까지나 '을'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외치는 기업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고객에게는 최선을 다하면서 자사(自社)에 애정을 가지고 지원한 사람들을 내팽개치는 것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마이너스다. 구직자들의 머릿속에 좋은 이미지로 남기 위해서라도 기업 인사팀들은 입사 지원자들에게 최고의 '프리미엄 채용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입사지원자도 결국'고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