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출사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처럼 민심의 바닥의 끝을 모르겠다" 5.31지방선거가 채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고민의 일단이다. 지난 2월18일 취임 이후 `몽골기병론'을 내세우며 쉴새 없이 전국 곳곳을 누벼온 정 의장은 그 스스로 `마술'이라고 표현했듯 요지부동인 `민심의 벽' 앞에서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이었다. 정 의장은 "몸이 부서져라 뛰고 달리는데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고 하소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앞으로 보름동안) 출렁거림이 한 두 번쯤 오지 않겠느냐"면서 "부패한 세력에 권력을 통째로 줘버릴 수는 없다", "이대로 시작해서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과 기대가 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정 의장은 "우리가 해야 할 길은 진실과 진정성을 갖고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고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최근 수녀원으로 `피정'을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이라고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는 내년에 있을 또 한판의 큰 선거와 연결된다"면서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민주평화세력이 패퇴할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런 점에서 반드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제게) 귀속되는 책임이 있으면 정면으로 그 책임을 감당하겠다"고 `사즉생'의 각오도 밝혔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선거의 의미는. ▲이번 지방선거는 삶의 질을 강화하는데, 모든 선택 기준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혈세가 낭비되고 그 돈이 부정부패와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지방자치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 토목사업에 무리한 예산을 배정했던 지방자치의 방향을 바꿔 교육.복지쪽으로 방점이 옮겨가야 한다. 그리고 지방권력의 균점이 필요하다. 적어도 여의도 국회 수준의 균형잡힌 권력안배가 필요하다. 도지사, 시장, 군수를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고 있는 이 같은 구조는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당 지지율이 계속 고착상태인 이유는 뭔가. ▲바닥의 저류가 그렇게 형성돼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한 두 번쯤 출렁거림이오지 않겠나. 이대로 시작해서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느낌과 기대가 있다. --광주와 제주 지역 후보 공천 과정에서 경선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경쟁이 있는 곳은 다 경선을 했다. 당의 목표는 공천이 아니라 승리이다. 전북의 경우 14개 시.군을 돌며 순회경선을 했다. 광주의 경우 광주 지역 현역 의원 7명 모두가 영입을 주장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정당 사상 최초로 지방에 공천권을 줬다고 말했는데, 우리당이 정당개혁의 판을 열었고 한나라당이 이를 카피하고 모사하다 보니까 (공천을) 사고 팔고 하는 부작용이 생긴 게 아닌가. --요즘 정치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는데. ▲판세가 힘들다는 것도 있지만, (몸이) 부서져라 뛰고 달리는데 돌아오는 메아리가 없다. 그래서 힘이 든다. 신당 창당할 때도 진정성을 가지고 하니까 반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끝을 모를 심연, 바닷속 깊이처럼 민심의 바닥의 끝을 잘 모르겠다. --그 이유와 해법은 무엇인가. ▲우리당이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당으로 비치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우리당은 제3세대 정치로 판을 넘기고, 기존 질서를 뛰어넘기위해 창당했다. 그 진실이 지방선거 벽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계속 악재 터지고 난 뒤 `하늘이우리를 돕는구나' 했지만, `제2의 초원복집'처럼된 거 아닌가. 우리가 추락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올라간 것이다. 그 앞에서 대답은 역시 진실과 진정성을 갖고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 잘못에 대해선 매를 맞아야 한다. 그러나 공천장사를 하고 썩은 문화에 젖어있는 세력에게 통째로 모든 것을 넘겨줄 수는 없다. --이번 지방선거가 `정 의장 선거'라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나온다. ▲거칠게 말하면 정당은 선거 때문에 있다. 선거를 통해 평가받고 심판받는 것이다. 당 의장은 당 의장의 몫이 있고, 당직자. 당원은 각자 그들의 몫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내) 이해관계에 의해 해본 적은 없다. --지방선거 이후에 대한 전망은. ▲5.31지방선거는 내년에 있을 또 한판의 큰 선거와 연결돼 있다. 민주.평화세력이 지리멸렬하게 되면 낡은 보수세력에 승리를 헌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그 속에서 귀속되는 책임에 대해선 정면으로 그 책임을 감당하겠다. 지금은 사즉생의 각오로 5.31 돌파를 향해 가는 것이 장수로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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