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 자금 증시주변서 '방황'

[돈 갈곳을 잃다] 단기부동자금만 증가… MMF잔액 81조 달해
경기 개선 추세 뚜렷해져야 돈 다시 몰릴 듯




코스피지수가 1,700포인트선을 넘어서자 펀드환매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런 자금조차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제 펀드는 지긋지긋하다"며 원금을 회수하고 있지만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을 투자 대안으로 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동 자금이 단기적으로 머무는 머니마켓펀드(MMF)와 고객예탁금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자금부동화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경기개선 추세가 뚜렷해질 경우 다시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안 없는 펀드 환매=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단기 부동자금이 많이 몰리는 MMF 잔액 은 지난 5일 현재 81조8,174억원으로 이달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2일과 5일 주식형펀드 환매가 1조원가량 일어나면서 MMF 잔액 역시 9,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펀드환매 자금이 주로 MMF로 몰렸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입 예비자금인 고객예탁금도 늘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5일 현재 13조6,000억원 규모로 1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자금은 새로 유입됐다기보다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치운 자금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로 주가가 오르자 일단 주식을 매도했지만 증시를 벗어나지 않고 재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뜻이다. 개인은 올 들어 증시에서 3조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중 자금들이 단기상품에 몰려들고 있는데 이는 결국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금이 증시주변에서 맴도는 단기부동화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회복과정에서 나오는 구조적인 현상"이라며 "경기회복이 더욱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이런 부동화현상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오른 후 다시 유입돼 '뒷북투자' 가능성도=현재 MMF 금리는 2.5%에 불과하다. 은행예금 역시 3% 초반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국내외 경기회복이 더 뚜렷해지는 시점에야 시중 자금이 다시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펀드자금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적립식투자를 했을 경우 약 15%의 수익을 낸 상황에서 환매에 나서고 있다. 상당수 펀드투자자들이 주가 하락 여파로 '원치 않는' 장기투자를 경험했기 때문에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앞으로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또다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뒷북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는 경고도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07년 코스피지수가 1,700~2,000포인트에서 무려 36조원가량이 유입됐다. 따라서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며 원금 회복 수준에 다다르면서 환매가 잇따르고 있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경기가 완전히 회복하지 않아 어느 정도 리스크는 잔존하고 있지만 내년 이후를 보면 국내 주가는 아직도 싼 수준"이라며 "1,900선까지 지수가 올라간 후에 뒤늦게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대규모 환매가 일어날 때 투자에 나서는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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