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 정부안 도출이 임박한 가운데 국책연구소인 KDI가 “출총제를 폐지하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출자 변동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된다.
KDI는 13일 ‘출총제의 폐지 및 재도입과 기업집단의 지배권 기여지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지난 98년부터 2001년 출총제가 폐지됐던 기간 동안 9개의 기업집단이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계열사를 대거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KDI는 따라서 “출총제 존폐 여부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출자구조 변화가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에 따르면 97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료가 존재하는 삼성과 LGㆍSKㆍ롯데ㆍ금호ㆍ대림ㆍ동국제강ㆍ동부ㆍ동양ㆍ두산ㆍ코오롱ㆍ한솔ㆍ한진ㆍ한화ㆍ현대 등 15개 그룹 중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계열사가 교체된 기업집단은 10개로 이중 9개가 출총제 폐지기간에 발생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98년까지 지배권 기여지수 1위 기업이었던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율을 99년에서 2000년 사이에 크게 확대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카드ㆍ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를 잇는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을 13.34%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이 4.54%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