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다자간 투자경연이 서울에서 펼쳐진다. 2일부터 5일까지 4일동안 무역센터 코엑스(COEX)전시장과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투자박람회.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APEC참가국들의 세일활동과 잠재 투자자들이 입질이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APEC투자박람회를 유치함으로써 다른 나라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투자유치를 꾀할 수 있게 됐으며, 한국을 알리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부수적으로 몰려드는 외자유치단과 투자자들을 상대로 관광수입도 노릴 수 있다.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각국의 유치활동을 보고 과거 외국자본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 시각을 교정시키는 계기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APEC투자박람회는 지난달 말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을 사기위한 거물투자가들이 일주일전부터 미리 입국해 투자의사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워싱턴의 종합투자회사인 칼라일 그룹 아시아담당 선임고문자격으로 지난 28일 방한해 투자환경을 살폈으며, 세계적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사 회장도 방문해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능성을 살펴보고 돌아갔다.
영국의 투자기관 리젠트 퍼시픽 그룹의 제임스 멜런 회장은 이들보다 일찍 방한해 금융분야에 10억달러정도를 투자할 의사를 밝혔다.
이달들어서는 세계적 큰손들의 방한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쇼이치 회장, 미국 골든게이트은행 레오 KW 룸 회장,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짐 맥도웰 아·태담당 사장 로스차일드 펀드 윌버 로스 회장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적 기업가들과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번 박람회에는 또 APEC 21개 회원국 투자유치관계자 500여명, 각국의 잠재투자자 1,500여명이 참가한다. 국내에서는 1,000여명이 참가신청을 냈다.
세계적 투자자들의 입질을 기다리는 기업과 부동산 매물들도 총집결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등 동남아지역과 칠레, 멕시코등 중남미국가들은 투자자들에게 과시할 쇼핑물들을 준비해 전시한다. 매물은 모두 1,336건에 달한다. 민영화 추진 대상 공기업들과 부실채권정리 기업매물, 합작을 희망하는 기업등이 매물이다.
우리나라는 성업공사가 25건의 매물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634건을 등록시켜놨다.
처음으로 개최되는 다자간 투자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뜨거운 것은 APEC이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동안 APEC은 역내국가들의 주로 무역증진을 위해 활동해왔다. 그러나 이번 투자박람회를 전환점으로 무역 뿐만아니라 투자유치활성화로 협력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APEC회원국들은 무역보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세계 각국이 외국인투자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은 무역, 자본자유화에 이어 이제는 투자흐름에서도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경제국경이 무너진 이상 외국인투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되레 국가경쟁력에 마이너스효과를 줄 뿐이다. 예전같으면 국가내의 자산을 외국인들에게 파는 행위 자체가 매국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시대가 변하며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젠 외국인투자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金대통령도 지난 1월말 외국인투자유치는 1석5조의 효과를 갖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金대통령이 말한 외국인투자유치 효과는 원리금 상환이 필요없는 비외채성 외자, 고용창출, 우리 기업의 투명성 제고, 수출증대, 첨단기술과 선진경영기법 이전등 5가지.
이번 세일행사가 성사된 이유 역시 외국인투자유치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해 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6차 APEC정상회의에서 역내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APEC투자박람회」개최를 제안, 정상선언문에 채택됐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이번 행사의 개최 목적으로 크게 3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APEC회원국들의 투자환경을 소개하고 유치활동을 벌임으로써 역내 투자활성화에 기여하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을 주자는 목적이다.
둘째, 우리의 경제 개혁및 투자개방정책을 홍보함으로써 잠재투자자들의 관심을 투자로 연결시키자는 것.
마지막으로 문화·예술및 관광행사를 병행 추진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와 국제적 위상을 제고시킨다는 전략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투자박람회가 외국인투자 확대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박동석 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