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혜정(27)이 생애 첫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연을 맡아 관객 앞에 선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걸프렌즈>는 한 남자(배수빈)를 사이에 둔 세 명의 여자가 결국 베스트 프렌즈가 된다는 독특할 설정을 다룬 영화. 강혜정은 회사 최고의 킹카 진호(배수빈)와 불꽃같은 연애를 시작하지만 그에게 다른 여자가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들과 새로운 인연을 엮어 가는 29세 송이 역을 맡았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연일 시사회 및 언론 인터뷰, 무대인사를 소화하느라 강행군 중인 강혜정을 만났다. 영화 <걸프렌즈>의 제작 기간 동안 가수 타블로와의 결혼, 2세 임신 등 개인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행복한 한 때를 지내고 있는 탓인지 지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 시절에 마치 독립 투사나 잔다르크처럼 인생을 개척하며 살았다면, 남편을 만나고 나서 항상 보호받고 사랑 받으며 지내고 있어요. 이러다 보니 많이 연약해지네요. 이런 제가 좋아져요." 사랑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혜정의 얼굴에서는 여유와 행복으로 가득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 출연을 택한 이유는. ▲ 제 또래 여배우들 중에 총 40회 차 분량에 모두 출연해서 꾸준한 호흡을 이어갈 사람을 찾았던 것 같다. 나 또한 큰 변화를 원해 로맨틱 코미디를 택한 건 아니다. 영화 시장이 너무 어려워지다 보니 돌고 있는 시나리오 자체가 적다. 그 중에서 재미있고 출연하고픈 작품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러던 중 '걸프렌즈'를 만났다. 나라고 항상 작가주의 영화나 독특한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건 아니잖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매우 충실하고 가볍고 경쾌한 웃음이 묻어나는 영화라 만족한다. - 주변의 반응은. ▲ 강혜정이라 기대하고 왔다가 배신당했다는 반응도 있고, 강혜정 하면 무겁게만 느껴졌는데 경쾌한 캐릭터라 환영한다는 반응도 있다. 팬들이나 평단을 100%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그동안 땅에 발 붙이지 못한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면 이번엔 정말 두 발 다 단단히 땅에 붙인 캐릭터였다. - 영화 시사회 등 공식 행사장에서 타블로와 뽀뽀를 나누는 등 자연스럽게 애정 표현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나도 그렇고 우리 남편도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고 남을 별로 의식안하는 편이라 그럴 거다. 두 사람 모두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다 보니 그런 표현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 서로의 어떤 점에 그렇게 끌렸나. ▲ 우리 남편의 모든 점이 좋다. 타블로 씨를 아는 사람들 중 워낙 까칠하다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너무 다정하고 나를 살뜰히 돌봐준다. 내가 어릴 적에 잔다르크처럼 삶을 개척하며 산 여장부 스타일인데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의지하며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약해지더라. 또 그런 내 자신이 좋아진다. 마치 독립투사처럼 살아가던 시절의 나보다 이렇게 변화된 내가 좋다. 또 그렇게 나를 변화시킨 사람이 우리 남편이다. - 타블로는 강혜정의 어떤 모습이 좋다던가. ▲ 두 사람 다 좋고 싫은 게 확실한 편이다. 남편은 뭔가를 결정하는 걸 안 좋아하는데 내가 즉흥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밥 먹을 때 메뉴를 정하는 일이나 놀러 갈 장소를 정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오빠는 내 그런 면을 좋아한다. 대체로 나에게 맞춰 주는 편인데 나 때문에 고기도 많이 먹게 됐고, 그 좋아하던 해물 요리는 거의 못먹고 지낸다. 그러면서도 한 번도 싫은 소리를 하는 법이 없다. - 유산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임신 초기에 한채영, 허이재와 머리채를 붙들고 싸우는 격투신을 촬영했다. 분수대에 뛰어드는 장면에서도 전혀 몸을 사리지 않던데. ▲ 정말 위험한 장면은 대역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큰 부담은 없었다. 싸우다가 땅에 내동댕이쳐지는 장면도 매트가 깔려 있어서 괜찮았다. 다만 찬 물 속에 들어가 있다가 나와서 셋이서 나란히 걷는 장면을 새벽 2~3시 경에 촬영했는데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것 같았다. - 극 중 위험해 보이는 장면과 배수빈과의 키스신 등 애정신에 대한 타블로의 반응은. ▲ 액션신은 주위 분들도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남편 심정은 오죽했겠나. VIP시사회로 영화를 본 날 '정말 수고했다'며 고기를 사줬다. 요즘 밤마다 너무 먹고 다녀서 8kg이 넘게 살 쪘다. 아마 애정신에 대해서도 신경이 많이 쓰였을 텐데 내게 기분 상할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 만일 내가 남편이 광고나 뮤직비디오에서 다른 여배우를 붙잡고 키스신을 찍으면 눈이 뒤집어질 것 같다. 남편 속도 많이 탔을 거다. 하지만 직업이 배우인 걸 어떻게 하겠나. -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사람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 같다. 강혜정이 출연하는 제 2의 <올드보이>나 <연애의 목적> 같은 작품을 앞으로 볼 수 있을까. ▲ 얼마 전 어떤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영화'에 <올드보이>가 뽑혔다는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읽고 나서 주옥같은 영화 한 편이 나오는 것과 훌륭한 대통령 한 분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출연 여부는 둘째 치고 세기를 대표하는 그런 작품이 또 나올 수 있을까. 또 냉정하게 말하자면 <연애의 목적> 같은 영화는 두 번 다시 못 찍을 것 같다. 그 때는 계산하거나 두려운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배운 게 많아지니 따지는 것도 많아지고 겁 나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작가주의적 영화를 좋아하는 취향에는 변함이 없다. - 가장 행복해 보이는 연예인 커플이다. 혹시 타블로 팬들의 질투는 없나. ▲ 악플이나 이런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아마 그런 게 있었다 해도 남편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다. 팬 분들도 아티스트의 성향을 많이 존중해주시는 것 같다. 내 팬 분들도 작품 외에는 큰 관심을 안 보이신다. 내 바램은 오히려 많은 연예인들이 우리를 보고 자극을 받아서 많은 커플이 탄생하는 거다. -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타고난 외모에 반하는 출연작이 많았다. 여성성이 강조된 작품에 출연할 의향은 없나. ▲ 내 스스로를 곱고 예쁘게 포장하는 재주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예쁘게 보인다고 생각할 때는 연기에 몰입해 있을 때다. 어릴 때 항상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고 골목대장처럼 지냈다. 내 스스로 남자라고 착각하고 지냈던 것 같다. 늘 공격적이고 저돌적이고 세 보이는 것에 심취해 있었다. 김태희, 송혜교 씨가 가는 길과 내 길은 다른 것 같다. <걸 프렌즈>에서 배수빈 씨 앞에서 애교 부리는 장면이 꽤 등장하는데 예전 같으면 그런 장면도 힘들었을 거다. 조금씩 여성화 되어 가는 중이라고 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