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개혁 논의의 출발점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입법ㆍ행정ㆍ사법권의 3권 분립을 기초로, 권력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 아래 성립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이런 상식이 국내에서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무시되고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사법부는 법원으로 대표된다.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근거로 행정부를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의 행동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하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 지금 일반인들에게 법원은 검찰과 같은 조직으로 취급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경우 검찰청 건물은 법원 건물과 같은 높이, 같은 크기로 거만하게 서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법원보다 검찰이 더 무섭다. 보통 사법처리라고 할 경우 검찰이 하는 기소행위를 말한다. 법원의 판결을 사실 뒷전이다. 이런 과정은 법조인을 양성할 때부터 시작된다. 사법연수원에서 판ㆍ검사를 배출할 때는 성적순이라는 편리한 도구를 사용한다. 검사와 판사의 선호도는 비슷하다. 최근에는 판사, 검사 그리고 변호사의 순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고는 한다. 물론 이는 판사가 좀 더 안정된 직업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같은 시험을 치르고 같은 교육을 받은 검사들이 판사에 대해 그에 맞는 경쟁의식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법부는 지금 행정부 산하에 있는 법무부와, 법무부 소속일 뿐인 검찰청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 국가가 3권 분립이라는 제도를 택한 것은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위험성을 갖고 있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최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법조계의 개혁논의가 활발하다. 법원도 `사법발전 방안`을 내놓으며 뭔가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 앞에서 하자는 안도 나왔다. 이는 대법원장을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로까지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사법부 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국가 권력의 한 축으로서 자기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의 사법부 구성원들은 자기가 가진 조그만 우물에서 안주하는 또 하나의 `관료조직`일 뿐이라면 이는 기자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최수문기자(사회부)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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