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100일] 9만명 정규직 전환… 일부 심각한 노사갈등도
차별시정 신청도 저조… 이번주부터 법개정 논의 본격화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8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뒤 일부 기업은 비정규직을 서둘러 정규직으로 전환한 반면 이랜드사태 등 노사가 심각한 갈등을 겪는 사례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정부도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번 주부터 법 개정 논의 및 후속대책 마련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긍정ㆍ부정적 효과 동시에= 비정규직법 시행 후 신세계ㆍ우리은행ㆍ외환은행ㆍ홈플러스ㆍ현대자동차 등 민간기업은 약 1만8,0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7만1,800여명을 감안하면 법 시행 후 9만여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셈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고용형태를 인정하되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저하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비정규직법의 주요 목적이 '정규직 전환'인 것으로 오인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 양보 필요= 코스콤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회사측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정규직 노조의 반대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면 정규직들이 구조조정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내하청 비정규직 지회와의 통합을 결정한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조도 통합에 반대하는 일부 대의원들의 반발로 조직 통합이 파행을 겪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규직 근로자들은 비정규직의 저임금 때문에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만큼 정규직의 기득권만 주장한다면 기업이 비정규직 문제를 등한시하는 명분만 제공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차별시정제도 실효성 논란= 정규직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하는 제도는 저조한 참여 속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각 지방노동위에 접수된 차별시정 신청건수는 사업장별로 14건(13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차별시정을 신청한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공판장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회사로부터 '보복성' 해고를 당하는 등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주부터 법개정 논의 본격화= 노동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비정규직 노사정 대토론회'를 계기로 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최근 "당장 법 개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특정 업종 이외의 파견근로를 허용,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동부는 우선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금 제공 및 컨설팅 비용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내년 2월이전 장관직 사퇴의사를 밝힌 만큼 법 개정 작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입력시간 : 2007/10/07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