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펀드를 설정하고 IR활동을 강화하는 등 주가관리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신통치 않다. 거래소시장이 붕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나돌 정도다. 양대시장이 균형 발전해야 금융시장과 산업계는 물론 나라경제가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거래소시장의 위축배경과 문제점, 그리고 대책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21세기 화두로 떠오른 정보통신 및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가 국내증시의 판도를 흔들어놓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제조업 중심의 전통산업에서 정보통신 및 하이테크 관련산업으로 급속히 바뀌면서 증시에 첨단기술주와 코스닥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증시의 중심축이 벤처 및 코스닥쪽으로 빠르게 이동되면서 거래소시장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거래소시장은 시가총액이 3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는 코스닥시장에 거래대금과 거래량 면에서 크게 밀리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주가 또한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곤두박질치면서 전체 상장종목의 3분의2 이상이 신저가를 기록하며 반토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거래소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거래대금이 거래소의 2배에 달하며 연일 최고지수를 경신하는 등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이 증시 양극화 현상 등 예상치 못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거래소시장이 재기불능의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거래소시장이 이처럼 휘청거리는 것은 국내 산업구조 패러다임의 변화와 증시 주변여건의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정부 산업정책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정부는 경기활성화 및 일자리창출을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해결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코스닥시장 육성에 적극 나섰다.
또 미국증시 동조화 현상이 거래소시장의 위축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벤처기업들이 집중된 나스닥지수는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게 거래소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 상장기업들이 행한 5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도 수급구조의 균형을 깨며 증시에 엄청난 물량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증시 에너지가 급격히 코스닥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거래소시장에서는 주도세력 및 주도주 공백상태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지난 1월17일 이후 순매수를 지속하며 21일 현재까지 1조원 이상의 매수우위를 나타냈고 투신권은 이달들어 5,127억의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반면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이달들어 8,210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냈지만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볼 때 코스닥시장에 뒤지고 있다. 투신사들은 이달들어 무려 1조1,399억원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거래소시장은 수급구조가 악화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래소 상장기업들이 그동안 주가관리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기업들이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때늦은 사후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이다.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주가관리 및 주주 이익환원 차원에서 무상증자를 실시하고 있지만 상장기업들은 무상증자 가능재원이 무려 127조3,420억원에 달하지만 무상증자에 인색하다.
또 상장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내주지 못한 게 개인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종우(李鍾雨)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당분간 증시의 중심축이 코스닥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증시에는 수익률을 좇는 시장의 냉정함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배기자LJB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