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2단계 열풍 시작] 은행권 "年12조시장 잡아라"

'만기환급형 건강보험' 내달부터 시판
전체보험시장의 14% 차지…"수익제고 기회"
보험사와 제휴·상품개발·판매인력 확충 박차



오는 10월부터 은행 등 금융사 점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시장이 다시 한번 뜨거워질 전망이다.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 시행 중 하나인 만기 환급형 건강보험 판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만기환급형 건강보험이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전부 또는 일부를 만기 때 돌려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4월부터 허용된 건강보험은 만기 환급금이 없는 순수 보장형 상품이어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10월부터 허용되는 만기환급형 상품은 판매가 비교적 수월해 은행 고객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단계 판매 상품인 저축보험과 같은 규모의 시장 창출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2단계 방카슈랑스 영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시장 선점을 노리는 은행들은 이미 보험사들과 제휴 계약 및 상품 개발을 끝내고 판매 직원들에 대한 상품교육을 실시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3년 8월부터 시작된 방카슈랑스 영업으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은 지난 6월까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7조3,084억원의 보험상품을 판매됐다. 이중 6조2,035억원이 생보상품이었으며 손보상품도 1조1,049억원이 팔렸다. 방카슈랑스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린 것은 은행권의 강력한 영업력과 판매망, 이밖에 프라이빗뱅킹(PB)을 중심으로 한 고가 상품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증시 활황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변액보험 등이 은행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판매고가 크게 늘었다. 10월부터 판매되는 환급형 건강보험의 전체 시장 규모는 연간 12조원으로 전체 보험시장의 14%를 점유하고 있다. 금감원 분석 결과 이 상품 허용으로 금융회사 보험대리점이 취급할 수 있는 보험상품 시장 규모는 생보의 경우 51.5%, 손보의 경우 36.1%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판매로 은행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은행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으로 이미 6개 보험사가 제휴를 맺고 상품 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급여생활자가 많은 우리은행의 고객구조가 만기환급금이 있는 보장성보험 판매와 적합하다"며 "일반 창구를 중심으로 판매인력을 전진 배치해 영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최근 보험설계사 6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등 판매인력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6개 보험사로부터 상품제안서를 받은 상태로 10월부터 영업을 개시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순수보장성 보험 영업도 꾸준히 해 왔다"며 "만기환급형 보장성보험 판매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금까지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PB 중심의 영업이었던 점을 감안해 2단계 상품은 1~2개로 시장을 탐색해 본다는 계획이다. 국민ㆍ신한은행 역시 우리ㆍ기업은행 등의 판매 추이를 지켜본 뒤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험 소비자 측면에서도 이번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이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방카슈랑스 상품은 다른 채널의 상품에 비해 사업비가 적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저축성보험에 비해 만기환급형 건강보험의 판매수수료가 많기 때문에 은행들이 불필요한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할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또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을 개발해 은행이 소액대출을 취급할 때 '보험꺾기'로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2단계 확대로 방카슈랑스 시장이 혼탁해지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박병명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장은 "은행 등의 수수료 증대를 위해 보장내용은 저축성보험과 유사하면서 보험료만 비싼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지도하는 등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은행 보험 판매 직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요구하는 한편 하반기 '계약자 확인제도(상품설명서에 보험계약의 핵심내용 및 최근 급증하는 민원 유형을 포함해 제공하고 계약자의 서명 징구)'를 도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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