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의 생태 첫 영상에 담아

EBS 29일 다큐…내달 5일은 '장수말벌'EBS가 자체 제작한 특집 자연 다큐멘터리 두 편이 29일과 내달 5일 잇달아 선보인다. 우선 오는 29일 방영될 '담비의 숲' 은 국내 최초로 한반도 담비의 생태를 영상에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다. 제작진은 '심마니들도 평생 한 번 보기 어렵다'는 담비를 오대산과 지리산 등지 해발 1,000m 이상의 고산지대를 오가며 1년 4개월 여에 걸쳐 촬영했다. '환상의 동물' 이라는 애칭답게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 자체가 난제 중의 난제였다는 후문. 담비 추적에 들어간 시점은 지난 2000년 8월이었지만 실지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만도 6개월여가 소요됐다. 무인센서 카메라를 통해 겨우 이들의 거취를 확인한 제작진은 담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꿀을 나무에 바르고 주식으로 알려진 토끼 쥐 등 여러 음식을 준비하는 노력 끝에야 이들을 ENG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다. 국내 담비의 생태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직접 촬영한 사진은 물론 제대로 된 생태 기록조차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어 이번 다큐물은 자료가치 또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홀한 담비의 영상에 매료되기 전부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의 화려한 면모다. 지난 96년 '하늘다람쥐의 숲'을 제작해 각종 상을 휩쓴 이연규 PD와 '시베리아, 잃어버린 한국의 야생동물을 찾아서'를 연출한 박수용PD, '논'의 이의호 카메듀서, '개미'를 만든 문동현 PD 등 EBS가 자랑하는 쟁쟁한 자연 다큐 PD들이 모두 담비 촬영에 동참했다. 제작진은 "이번 다큐멘터리로 담비의 몸무게가 약 4㎏, 전체길이는 140㎝에 달한다는 게 확인됐다"며 "나무 사이로 쉴새 없이 옮겨 다니는 유려한 몸짓의 담비들을 생생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4월5일 오후 10시 방영될 '장수말벌'은 꽃밭을 누비는 꿀벌과 이들의 천적인 육식성 장수말벌의 생태를 담은 작품. 지난해 3월부터 올 4월까지 충남 부여와 강원도 영월 등지에서 찍었다. 장수말벌은 양봉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는데다 다른 벌은 물론 사람의 생명마저도 위협하는 악명 높은 야생벌이다. 크기가 3.5~5.5㎝에 벌침만도 1㎝가량이나 돼 촬영 이전에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게 제작진의 최우선 과제였을 정도. 제작팀은 전문가 도움을 받아 가축우리용 천을 이중으로 붙여 옷을 만들고 등산화, 목장갑과 고무장갑 등을 착용한 뒤에야 벌집 내부와 땅속에 있는 장수말벌집 등을 찍을 수 있었다 한다. 장수말벌 외에도 땅벌, 말벌, 뱀허물쌍살벌, 별쌍살벌, 어리별쌍살벌, 호박벌, 호리병벌 등 다양한 야생 토종벌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개미'를 제작했던 문동현 PD의 작품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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