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노동법 재개정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가 재개정을 앞두고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 단일안 마련 협상이 진행중이어서 주목된다.노동법 개정의 대전제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있다. 노사개혁의 근본정신이 경쟁력 강화와 경제 살리기에서 출발한 것이며 노동법 개정의 방향도 그런 목표였던 것이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세계가 선진국 진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이 흐름에서 처지지 않으려면 경쟁력 강화가 절박한 과제인데 경쟁력 강화의 한가닥이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따라서 노동법 개정의 방향은 경쟁력 강화와 경제 살리기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계나 경영계 어느 쪽을 많이 봐주고 덜 봐주거나 또 주고 받기식 흥정으로 다룰 일이 결코 아니다. 어느 쪽이 불리하고 유리하다는 잣대로 재단해서도 안된다. 당리나 인기를 노린 정치논리로 해결해서는 더욱 안된다.
쟁점 사항은 정리해고제·변형근로제·대체근로제·복수노조·노조전임자임금지급·무노동 무임금 등 6가지로 요약된다.
상급단체 복수노조는 사실상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허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3제」의 도입과 노조 전임자무임금·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3제는 사실상 실시되고 있으며 또 노동계에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혹시나 여당이 한보사태로 실추된 인기를 만회한답시고 노조에 영합, 노동법을 그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근본정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개정이라면 차라리 손을 대지 않는 것만 못하다.
우리에게는 우리 형편, 우리 기준이 있다. 국제기준이나 선진국의 모양을 섣불리 모방하려는 것은 무리다. 굳이 선진국과 국제 기준을 본뜬다 해도 「3제」나 「3금」은 세계적 추세와 어긋나지 않는다.
특히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무노동 무임금은 선진국에선 상식이며 시장경제의 기본 틀과 합당한 것이다.
노동법 재개정을 논의하게 된 연유가 개정 노동법이 잘못 되어서가 아니라 국회 처리과정의 문제 때문이다. 당초 정부안은 오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일부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민적인 공감을 얻었다. 다만 여당의 군사작전을 방불케한 새벽 기습 처리와 상급단체 복수노조 유예조항 삽입이 분노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노동법 재개정은 경제 논리에 맞게 충실히 다뤄져야 한다. 정치논리에 편향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노사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나 경제살리기는 뒷걸음질 치고 되레 노사불안과 실업 불안을 가속시킬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