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세금전쟁서 샌드위치"… 글로벌기업 영업 타격 우려

■ OECD 조세회피 차단 플랜 채택
해외 사업장 많은 건설사… 대기업ㆍIT사 등 주요 표적
외국인 국내 유입보다 기업 해외진출 속도 빨라… 한국경제에 득보다 실


#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은 2006년부터 약 6년간 광고 영업으로 영국에서 180억달러의 매출을 냈음에도 세금은 0.09%에도 못 미치는 1,600만달러를 내는 데 그쳤다. 유럽본부(구글 아일랜드)를 조세피난처인 아일랜드에 설립해 영국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영국 지사가 아닌 유럽본부의 매출로 처리한 덕분이다. 영국 의회는 올해 청문회 등을 열어 구글을 성토했지만 합법적 절세라는 구글의 논리 앞에 고전하고 있다.

# 서울세관은 근래 수년간 '윈저' 양주로 유명한 영국계 대기업 디아지오의 국내 자회사의 관세 탈루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탈루 의혹을 발견했다. 영국 본사에 경영지도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과도하게 지급해 사실상 세금을 안 내고 배당을 줬다고 본 것이다. 법인세는 관세청이 아닌 국세청 소관인데다 국내 대기업도 해외에서 마찬가지로 영업한다는 디아지오의 논리 앞에 서울세관이 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이었다.

국경을 넘나들며 사업을 벌이는 다국적 대기업이 절묘하게 세금을 피해가는 단적인 사례다. 구글의 사례는 주로 세법상 과세 기준이 되는 '고정사업장(PEㆍPermanent Establishment)' 요건을 지능적으로 피한 사례다. 디아지오는 법인세 부과의 또 다른 핫이슈인 '이전가격세제'의 맹점을 이용했다. 이들 사례는 우리나라나 영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이 투자하고 영업해 배당이나 자문수수료 등의 명목을 수익으로 챙겨가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과세 당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딜레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중 조세위원회(CFA) 전체회의를 열어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엄밀히 말하면 '이중비과세') 방지를 위한 15개 액션플랜을 의결하려는 것도 구글ㆍ디아지오와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액션플랜 중에는 고정사업장 판정 요건 강화와 무형자산 등에 대한 이전가격세제 적용 기준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조세 회피 차단 타깃은=OECD 액션플랜의 세부 내용은 앞으로 2~3년간 CFA 등의 작업을 거쳐 구체화될 예정이어서 유동적이다. 다만 표적은 주로 글로벌 영업을 하는 대기업 본사ㆍ자회사와 IT 기업이 될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글로벌펀드와 같은 금융기관과 해외 사업장이 많은 건설사가 추가적으로 세 부담을 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일부 민간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지점이나 법인 설치 없이 해외 서버를 통해 전자상거래 등의 영업을 해도 거래 계약 체결 내용과 규모 등에 따라 우리나라에 고정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우리 과세 당국이 일종의 세금을 매길 수도 있다. 오윤 한양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지사ㆍ지점ㆍ서버 등이 없어도 사실상 전자상거래의 계약체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을 때 고정사업장으로 간주(의제)하도록 (OECD 등의 국제조사협약) 기준이 강화된다면 한국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또 디아지오처럼 국내 자회사(A사)가 해외 본사(B사) 등에 과도하게 무형자산 관련 수수료 등을 지급할 때 국세청이 해당 수수료를 A지사가 지불한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전가격세제 기준이 강화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A사는 비용이 덜 인정된 만큼 회계상 이익이 늘어나 법인세를 그만큼 더 물게 된다.

◇선진국ㆍ브릭스 장단에 휘둘려선 안돼=단기적으로는 국내 세금수입이 늘어 국익에 유리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나 영업 증가 속도에 비해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투자ㆍ영업 확장 속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당장 무형자산 거래 규모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가 '지적재산권 등의 사용료 수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지난 2006년 20억4,560만달러였던 것이 2011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 43억2,050만달러에 달했다. 우리 기업이 해외 생산공장ㆍ영업망 등을 확대하면서 현지 자회사 등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특허권, 경영노하우 사용료 등으로 받는 수입이 늘어난 덕이다. 국제조세전문가인 이경근 율촌 세무사는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탓에 오히려 조세피난처 국가처럼 저율과세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강대국과 브릭스 사이에서 글로벌 세금전쟁이 일어날 때 우리가 어정쩡하게 굴면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도 이 같은 차원에서 고민이 깊다. 강대국의 대세를 거스르자니 힘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우리 기업의 손실을 눈감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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