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 등 4개국이 자동차 관세 삭감에 관한 협의에 돌입하는 등 30일로 예정된 12개 회원국 각료회의를 앞두고 회원국들이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온 쟁점의 막판타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각료회의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각국의 정치일정 등으로 타결이 수년간 유보될 수 있어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회원국들끼리 논의하는 TPP 협정문에 우리나라에 불리한 조항들이 다수 들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영기업 우대 금지, 어업용 면세유 제공 금지 등은 가입을 위한 국내 비준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상당한 파장이 우려된다. 국영기업 우대 때 상계관세 조치 등 무역보복이 가능하다는 조항은 한국전력·가스공사는 물론 정부의 입김이 여전한 포스코·KT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으며 산업은행을 통한 기업 지원 등도 문제삼을수 있다. 수산물 보조금에 대한 포괄적 금지 조항은 연근해 어선 면세유 등 정부 보조금을 원천 차단할 수도 있다.
TPP는 회원국 간의 연간 무역규모가 1경2,100조원(10조1,800억달러)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통합체다. TPP 회원국의 면면을 보면 중간재 위주의 수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가 가입할 경우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G디스플레이가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를 수입해 액정화면(LCD)을 생산하고 이를 멕시코에 수출하면 현지의 LG전자가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월마트에 납품하는 구조다.
우리의 TPP 가입 효과가 크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속속 공개되는 협정조항들로 자칫 우리가 역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 시장과 산업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TPP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