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ㆍKTF의 합병 문제는 통신업계는 물론 유료방송ㆍ콘텐츠업계의 핫 이슈다. 부모가 분가했던 자식을 불러 살림을 한집으로 합친다는데 옆집들이 뭐 그리 불만이냐는 항변도 들리지만 거대 서비스사의 기업결합과 합병은 ‘유효경쟁’이라는 관점에서 항상 논란이 돼왔다.
KT는 자회사를 합병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을 도모할 수 있다. 인력을 공유하고 마케팅 비용도 일정 부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소비자에게 좋은 서비스로 보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강자’들의 잔치에서 떨어져나온 떡고물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 합리적 가격이 형성된 시장에서 스스로 원하는 서비스를 택할 권리를 갖기 원할 것이다.
기업 간의 경쟁은 당연히 권장돼야 하지만 국내의 시장규모는 거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했을 때 여간해서는 중소업체들의 생존을 허용하지 않는다. 중소기업들이 경쟁하는 특정 제품 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해 엄청난 자금력과 저가공세로 시장을 순식간에 독과점하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서비스시장도 다르지 않다. 월 3만~4만원의 이용료를 내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하면서 타사의 장기약정 가입자를 빼오기 위해 위약금 대납을 포함해 20만~30만원의 현금과 경품을 기꺼이 지급한다. 경쟁사를 따돌리기 위해 방송통신 서비스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전주ㆍ관로 등 필수설비를 배타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장은 언제나 비열하다. 사업자에는 어떠한 가치보다 ‘이익’이 우선한다. 그렇다고 기업활동 자체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다만 힘이 센 자가 기술력이나 서비스 경쟁력이 아닌 필수설비와 같은 독점적 무기나 자금력으로 약한 자를 시장에서 내쫓아 더 큰 이윤을 창출하려 한다면 이를 제지하는 것이 시장경제를 책임지는 정부의 역할이다.
이번 합병 이슈를 두고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해외 사례가 영국 최대 통신업체인 BT에서 필수설비 도매사업을 별도 조직으로 떼낸 오픈리치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에서 밝힌 것처럼 필수설비가 없는 경쟁 회사들이 BT의 설비를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후 경쟁은 활성화되고 서비스 가격은 인하됐다. 우리 정부도 KT와 KTF의 합병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영국처럼 사업자들이 필수설비에 대해 동등한 접속권을 갖고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