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0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에서 한주엽 아르모프 대표가 탄소섬유 방탄복을 칼로 내리찍고 있다. 탄소섬유 방탄복은 무게가 가볍고 바늘도 안 들어갈 정도로 방탄 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사진제공=한국섬유산업연합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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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로 만든 방탄복과 무인 헬기, 쇠줄보다 14배나 강한 선박용 섬유 로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2010 부산국제섬유패션전시회(BITFAS)’에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등 슈퍼섬유로 만든 다양한 용도의 산업용 섬유 제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이번에 선보인 산업용 섬유 제품들은 의류용 섬유보다 부가가치가 높아 국내 섬유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아르모프가 내놓은 방탄복. 이 회사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방탄 능력을 높인 다양한 방탄복들을 내놓았다. 이 회사의 한주엽 대표가 직접 날카로운 칼로 방탄복을 세차게 찔러봤지만 칼은 방탄복을 조금도 뚫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나간다. 한 대표는 “일반 방탄복은 칼이나 바늘로 찌르면 관통되지만 탄소섬유 방탄복은 칼은 물론 바늘도 뚫지 못한다”며 “게다가 잘 접혀서 착용감이 편하고 물에 젖어도 방탄 능력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무게도 미군 방탄복보다 20% 정도 가볍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한국 특허 6건과 미국 특허 1건을 출원한 아르모프의 방탄복은 현재 러시아와 필리핀ㆍ몽골 등에 수출되고 있다.
원신스카이텍이 탄소섬유로 만든 무인 헬기도 돋보였다. 이 무인 헬기는 엔진 등을 제외한 70% 정도가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기존 철이나 알루미늄 제품보다 무게가 30% 정도 가볍고 강도도 철보다 10배나 높다. 이 회사는 터키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 등에 탄소섬유 무인 헬기 기체를 수출하고 있다.
동양제강이 초고강도 섬유로 만든 선박용 로프도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회사가 국산화에 성공한 초고분자 폴리에틸렌(UHMWPE)으로 만든 ‘미라클’ 섬유는 기존 선박용 쇠줄보다 인장강도가 14배나 높으면서도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석유시추선 1대를 고정하는데 200억원 어치의 로프가 사용될 만큼 선박용 로프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처럼 기존 금속 및 플라스틱에 대한 대체 소재로 가볍고 성능이 좋은 섬유가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산업용 섬유 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일본은 전체 섬유산업에서 고부가 산업용 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0%, 69%에 달하지만 한국은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섬유 기술 수준도 미국의 68%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임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들이 70~80년대 기술 개발을 통해 산업용 섬유 시장을 선점할 때 한국은 이에 소홀해 시장에서 낙후됐다”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요소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용 섬유 부문을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