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키스톤 송유관 건설 법안 처리 실패

캐나다와 미국 남부를 잇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의회 통과시 거부권 행사를 공언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짐을 덜게 됐지만 민주당은 루이지애나 상원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따내기 더 어렵게 됐다.

미국 상원은 18일(현지시간)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메리 랜드류(민주·루이지애나), 존 호벤(공화·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을 토론 종결 투표에 부쳤으나 찬성 59표, 반대 41표로 가결 정족수(60표)에 미치지 못해 부결 처리했다. 상원은 법안을 심의·표결하기에 앞서 토론 종결을 위한 절차 표결을 실시하며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캐나다 앨버타 주와 미국 텍사스 주의 멕시코만 사이 2,700㎞를 잇는 키스톤XL 송유관 건설은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과업으로,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반대로 6년 가까이 의회에 계류돼왔다.

다음 달 6일 상원 선거 결선투표를 치르는 랜드류 의원은 그동안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최근 지역 내 에너지 기업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 찬성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그는 민주당 동료 의원을 상대로 해당 법안을 지지함으로써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설득했으나 마지막 1표를 얻지 못해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앞서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지난 14일 랜드류 의원과 상원 입성을 다투는 빌 캐시디 하원의원이 발의한 같은 내용의 법안을 찬성 252표, 반대 161표로 가결 처리한 바 있다. 따라서 캐시디 후보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랜드류 후보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한편,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오바마 대통령은 당분간 정치적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주 아시아 순방 중에도 “키스톤XL 법안에 대한 내 입장은 분명했고 그 입장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 과정을 억지로 단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은 밝히지 않은 채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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