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차량이 추돌해 200여명이 부상하는 아찔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형 사고의 재발을 막겠다며 주요 시설물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승객을 가득 실은 지하철 두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가의 안전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안전한 곳이 과연 있기는 하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허공을 채우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사고는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고는 차량 간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자동제어 장치에 이상이 1차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공급이 중단됐는지, 아니면 자체결함인지는 더 따져봐야 하지만 부품 이상에서 사고가 난 것은 분명하다. 또 뒤따라오던 열차의 기관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추돌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봐서 앞뒤 차 간 통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차가 급하게 서게 되면 뒤차가 당연히 미리 알고 서행하거나 멀리서 정차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되다 보니 추돌로 이어진 것이다. 전형적인 인재가 서울 한복판에서 또 터진 셈이다. 세월호도 그렇고, 이번 지하철 사고도 그렇고, 매년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것들이 하나도 고쳐지지 않고 다시 재발되면서 대한민국 안전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전세계가 안전 후진국이라고 손가락질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렇게 까지 된 것은 안전의식이 낮아 안전예산 등에 관심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근원적인 것은 사고가 나도 그때뿐이라는 것이다. 이현호 동양대 교수 등 대부분의 재난전문가들은 사고가 난 후 정부의 대처가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가 나면 몇 십년이 흘러도 왜 발생했는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지, 안전교육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를 꼼꼼히 챙겨 예산을 투입하거나 정착되게끔 강제를 해야 하는데 대형 사고를 그렇게 겪고 나서도 일회성 대책만 남발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안전에 지속적으로 신경 쓰는 전문가들이 없다 보니 안전예산은 늘 후순위로 밀리는 것도 문제다. 지난 한해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한 승객은 7억5,000만명에 달하지만 서울메트로의 수선유지비는 313억원으로 한해 수입예산(1조8,760억원)의 1.6%에 불과하다. 훈련도 사무실 책상에서 암기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막상 사고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도로와 항공, 철도 등 재난 위험이 있는 시설물 4,000여곳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벌이던 와중에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