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방카슈랑스 시행 연기

은행들이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판매) 시행시기를 오는 9월 중순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업무처리 매뉴얼이 일방적으로 보험사에 유리하다고 보고 사실상 집단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방카슈랑스 담당 실무자들은 28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현재의 조건으로는 도저히 방카슈랑스를 시행할 수 없다고 보고 보험상품 판매시기를 9월 중순 이후로 연기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금감원이 제시한 `업무처리 매뉴얼` 가운데 ▲보험사의 고객정보 소유 ▲보험업무와 대출업무 겸직 금지 ▲지점내 보험창구 분리 등의 규정이 지나치게 은행에 불리한 규정이라며 반발해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에 가입한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다 넘겨주면 고객들을 모두 보험사에 빼앗길 수 밖에 없다”며 “금감원에서 이 같은 규정을 고집하는 한 방카슈랑스를 시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 전문 보험사를 자회사로 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방카슈랑스 시행 시기를 금감원의 정식 방카슈랑스 감독규정이 나오는 9월15일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신한ㆍ하나은행도 방카슈랑스 자회사의 보험상품만 이 기간동안 판매하고 은행의 고객정보가 넘어갈 수 있는 제휴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상품판매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또 금감원의 이번 규제가 지나치게 보험업계에만 우호적이라고 보고 규제개혁위원회와 금감위의 내부규정 심사과정에서 은행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작업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은행권의 반발에 대해 금감원은 은행들이 지나치게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한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을 통해 입수된 보험 청약 고객정보는 당연히 보험사에 소유권이 있다”며 “보험사가 이 취득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은행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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