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방송 케이블TV '전면 개방' 시대로보도·종합편성·홈쇼핑外지분 제한 사라져타임워너등 거대 미디어 국내진출 가속 예상케이블協“방송 주권 포기한 것” 강력 반발 한영일 기자 hanul@sed.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케이블TV 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국내 방송시장은 사상 유례 없는 '전면개방' 시대를 맞게 됐다. 보도 채널과 종합편성 채널, 홈쇼핑 채널은 개방에서 제외됐지만 다른 일반PP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100% 개방되면서 유료방송 콘텐츠 시장이 미국에 활짝 열렸다. 국내 방송업계에서는 미국 측이 사실상 방송시장에서 얻어낼 수 있는 모든 걸 얻어냈다고 보고 있다. 당초 미국 측이 요구했던 '지상파 국산 프로그램 의무편성(80%) 비율 축소'와 'CNN 등 해외 채널에 대한 우리말 더빙 후 재송신 허용' 'TV 광고시장 개방 허용' 등은 막았지만 이 문제들은 당초 경제적 효과보다 '문화주권'이라는 상징성이 컸다는 점에서 미국 측은 경제적 실리를 다 챙겼다는 얘기다. 방송시장 개방 수준은 예상 외로 높다. 가장 타격이 큰 조항은 PP시장 개방. 양측은 PP시장 전면개방 시점을 협정발효 3년 후로 유예했다. 협정 발효까지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5년 뒤면 타임워너ㆍ디즈니ㆍNBC유니버설 등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국내에 100% 출자한 법인을 설립해 국내 방송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이 제한(지분 49% 이내)돼 미국의 유명 TV시리즈ㆍ애니메이션ㆍ영화 등 주요 TV 콘텐츠는 온미디어ㆍCJ미디어 등 국내 PP에서 들여와 방영하는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굳이 국내 PP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됐다. 현재 케이블TV나 위성TV의 채널 시장을 장악했다는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 주요 PP조차 대개 미국산 프로그램들에 크게 의존해왔기 때문에 5년 뒤 PP업계의 판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등 최근 인기몰이 중인 '미드(미국 드라마)'가 온미디어 계열 채널인 OCN이나 CJ미디어 계열 채널인 채널CGV가 아니라 미국 미디어 기업이 한국에 세운 현지법인을 통해 사실상 시차 없이 방송될 수 있는 것이다. 수치상으로도 국내 방송시장은 미국과 비교할 때 '발아기 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 2005년 기준 미국 미디어 기업의 방송 분야 매출 규모는 73조원으로 한국(7조7,000억원)의 10배 수준이다. 이는 국내 TV콘텐츠 수입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국내 PP의 TV콘텐츠 수출은 325만달러에 그친 반면 수입은 10배 가까운 3,052만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 프로그램이 전체의 68.5%를 차지한다. 반면 우리 콘텐츠 수출국가 중 미국 시장의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케이블TV 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성명서를 통해 "외국 기업에 PP 소유지분 100%를 허용하는 것은 국내 방송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라며 즉각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10살짜리 꼬마가 K1 선수와 겨루기 위해 링에 오르는 셈"이라며 "대기업 계열 PP를 제외하고 미국과 경쟁해 살아남을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전면개방 시대를 맞게 됐지만 방송업계는 현재 콘텐츠 경쟁력 강화, 자체 제작능력 확보라는 원론적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처지다. TV콘텐츠 제작능력은 제조업과 다르게 문화상품이라는 특성상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대기업 PP를 중심으로 자체 제작이 활발해졌지만 아직 그 힘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또 대다수 PP가 수입 콘텐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케이블TV가 이런 개방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가 새 과제로 부상하게 됐다. 입력시간 : 2007/04/02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