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살까?아파트값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양도세를 면제키로 하는 등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이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시중금리도 연이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폭발을 거듭하던 증시도 관망세로 돌아서자 여유자금을 가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부동산이다」는 외침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값, 지금이 최저
전문가들은 지금의 주택시장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뱅크의 김우희 편집장은 『최근 5년간을 통틀어 지금이 주택값이 가장 낮은 시기인데다 양도소득세가 줄어든 만큼, 구입에 적기』라며 『내년의 경우 서울에서 6만5,000가구, 수도권에서 15만가구가 입주예정이어서 물량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대우의 서종욱 주택부문이사는 『서울의 분양시장은 이미 최저점에 와 있거나 내년 1·4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며 내년 3월부터 나아지기 시작해 2000년부터는 본격적인 활황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수요자라면 세제상 여러가지 혜택이 있고, 중도금 유예를 비롯한 자금지원 조건이 다양한 요즘에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시각이다.
◇세금혜택, 절호의 기회
정부는 두가지 방식으로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하나는 지난 5월 발표된 「양도소득세 한시 면제조치」. 지난 5월22일부터 내년 6월30일 사이에 미분양 또는 신규분양 주택을 구입했거나 할 경우, 계약금 지급일로부터 5년 안에 되판다면 세금면제 대상이 된다. 물론 그 이후에 팔더라도 5년동안의 주택가격 상승분은 양도차익 계산에서 빼준다. 다른 하나는 「비과세 조치」다. 내년 1년동안 구입한 1가구 1주택에 대해 1년간 보유했다 팔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골자다. 현재 주택을 1채 갖고 있다면, 내년중 새 주택을 구입하고 기존 주택은 2년안에 팔면 된다. 양도소득세가 과세표준의 30~50%인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세금혜택은 다시 오기 힘든 「절호의 기회」다.
◇은행돈을 빌린다면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부동산경기 활성화시책에 따라 다양한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구입할 주택을 담보로 잡히는 선(先)신용-후취(後取)담보 형태의 주택담보 대출은 1인당 최고 3억원까지 대출이 된다. 시가 1억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9,500만원까지, 시가 1억9,000만원일 경우 1억1,000만원까지 대출을 얻을 수 있다. 이자율은 연리 12~13% 정도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하락 추세를 감안할 때 내년에는 이자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아파트값이 IMF이전으로 회복된다면(일산 32평형의 경우)
본인 돈 1억원과 은행대출금 6,000만원을 가지고 일산 신도시로 가보자. 일산 32평형(전용면적 25.7평) 아파트의 현재 가격은 1억6,000만원 선이다. IMF 이전에는 2억원이었던 것이 1년만에 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1년 이후 IMF 이전인 2억원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전망아래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아파트 구입에 따른 총비용은 2,045만원. 대출금 6,000만원에 대한 1년간의 이자(12.75% 금리 적용)는 765만원 아파트 구입에 따른 각종 세금(등록세, 교육세, 취득세, 인지대 및 법무사비용) 600만원 자기 돈 1억원을 은행에 예금했을 경우 은행예금 이자(세후 680만원)도 기회비용으로 감안했다.
◇손익분기점은 1억8,000만원
1년 후에 아파트가격이 올라 당초 매입가(1억6,000만원)와 총비용(2,050만원)의 합계금액 이상으로 팔면 이익이 된다. 2000년의 아파트값이 IMF이전의 수준인 2억원으로 회복될 경우 1억원에 대한 예금이자(기회비용)와 6,000만원의 대출이자를 감안하더라도 1년만에 2,000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자금사정이 넉넉치 않다면 전세를 끼고 구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만하다. 일산 32평형의 전세가는 현재 6,500만원 수준. 따라서 은행돈 6,000만원에 자기 돈 4,000만원 정도면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실물경기 회복이 관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실물경기 회복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할 경우, 대세상승 국면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긴 하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金榮進)사장은 『이미 지난달부터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반전됐으며 그동안 하락세를 주도했던 급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金사장은 그러나 『실물경기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는데 실패한다면 이번 상승세가 반짝경기에 그칠 우려도 적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자금여유가 있다면 매입 또는 분양권 전매 쪽을 고려하고 자금력이 없다면 1차 중도금만 납부할 경우 입주 때까지 추가 자금부담이 크지 않은 미분양 물량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조흥은행 재테크상담실 【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