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오르고 소비심리 꺾이고
생산자물가상승률 5년8개월래 최고소비심리는 3년7개월만에 최저치로
전국에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5일 서울 아현 시장에는 각종 채소류가 폭염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폭등하자 소비자들의 발길이 한산하기만 하다.
이날 열무는 소비자가 기준으로 한단에 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이호재기자
물가는 치솟고 소비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소비심리는 3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가라앉은 내수가 더 침체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은 정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보다 뚜렷해졌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유가와 장마ㆍ폭염으로 인한 채소류 가격 급등으로 7월 중 생산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올랐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7월 중 생산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2000년=100)는 107.7로 지난해 7월에 비해 7.0% 급등했다. 이는 98년 11월의 11.0%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4%로 6월의 0.1% 하락에서 다시 상승세로 반전됐다.
생산자물가가 급등한 것은 유가가 오른데다 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채소류 가격이 상승하고 버스와 항공요금 등 운수서비스요금이 잇따라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생산자물가는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하반기 물가관리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전년동월 대비 20.0%나 급등한 가운데 석유화학제품ㆍ고무ㆍ플라스틱제품 등은 8.5%, 서비스물가지수는 3.0%씩 올랐다.
소비심리도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특히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하반기는 물론 내년 이후 내수회복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후 경기ㆍ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89.6을 기록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5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2000년 12월의 82.2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소비자기대지수가 100 이하면 6개월 후 경기ㆍ생활형편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가구가 많다는 의미다.
소득계층별로도 모든 계층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고소득층의 하락세가 커 있는 사람도 지갑을 열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 400만원 이상은 99.5에서 95.8로 지난달 이후 다시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300만~399만원 이상인 계층도 97에서 93.7로 하락폭이 컸다. 연령별 역시 젊은 층이나 40대 이상의 중년층이나 모든 계층에서 기대지수가 하락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현상경기자 hsk@sed.co.kr
입력시간 : 2004-08-05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