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중소ㆍ벤처기업 고문변호사제 제기능 못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영세 기업인들에게 무료로 법률지원을 해주고 있는 `중소ㆍ벤처기업고문변호사단`제도가 유명무실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전반적으로 법적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영세 중소ㆍ벤처기업들의 상담건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변호사회가 시행중인 `중소ㆍ벤처기업고문변호사단`에 가입한 중소ㆍ벤처기업은 272개사로, 올해는 이 숫자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이 원하는 고급 법률수요와 고문변호사단의 `무료` 변호라는 공급에 대한 불일치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서비스에 대해서는 유료화를 하는 등 기업들의 수요에 맞추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참가기업은 지속적으로 줄어=중소벤처기업고문변호사제도가 처음 시작된 96년 907개였던 가입 기업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올해는 200여개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연간 상담 건수도 97년 1,803여건에서 지난해 500여건까지 감소했다. 이는 자문에 응하려는 변호사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경기악화로 법률수요가 늘어난 것과 큰 대조를 보이는 것이다. 회원사로 식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C사장은 “회사가 커질수록 법률문제가 중요해지고 변호사의 능력이 중요해 질 것”이라며 “고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있지만 곧 있을 일본업체와의 계약에 대해서는 다른 변호사를 고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의 요구에 미흡=이렇게 회원기업수가 줄어드는 것은 기업들의 법률수요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률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영세기업의 경우 30만원이라는 연회비 자체를 귀찮게 여기는 반면 고급 수요자는 `유료` 변호사를 고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개업중인 변호사 수가 늘어 법률비용이 줄어든 것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자문방식의 변화 불가피=변호사회에서도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나 별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참가회원 변호사들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이들에게 무제한의 봉사만을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복잡한 사업상 문제가 많으나 무료 법률상담이란 원천적 한계 때문에 회원 변호사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김진국 서울변호사회 사업이사는 “왕성하게 자문을 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에 전혀 무관심한 쪽도 있어 이들이 회원 연장을 안하고 있다”며 “일부 법률서비스를 유료화하자는 지적도 있으나 공공서비스란 목적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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