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대에의 도전장

나 역시 보통의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젊은이들에 대해 약간의 우려를 갖고 있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끼리` 혹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학교에서는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체의 교류를 금지시켜버리는 `왕따`가 누구나 아는 단어가 돼버렸다. 거리를 보면 눈이 닿는 곳마다 무슨 방, 무슨 방 하는 곳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어른들도 자주 가는 노래방ㆍ찜질방도 있지만 PC방ㆍ비디오방ㆍDVD방 등 너무나 많은 방들이 생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는 `방문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세상과 부딪쳐야 할 젊은이들이 방안에만 갇혀있다고 생각하니 이러한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방안에만 갇혀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과의 어울림에 익숙치 않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남을 인정하지 않고 끼리만의 생활에 빠져들고 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활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이 사회의 주역이 됐을 때 과연 올바른 사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걱정이 나름대로는 심각하게 생겼다. 하지만 지난 월드컵을 통해 이러한 나의 우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하나가 된 사람들은 얼굴도 몰랐지만 한국이 승리를 거둘 때마다 어깨동무를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저마다 컴퓨터 앞만 바라보고 일하던 임직원들이 각층의 회의실에 모여 응원에 열을 올렸다. 응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우리 회사도 젊음으로 가득 차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방에 따로 갇혀 있다고 생각했던 젊은이들이 일거에 몰려나와 서로간에 교감을 나누는 것을 볼 때 묘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나는 인터넷의 힘이 크게 기여했다고 조심스럽게 판단해봤다. 갇힌 공간에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나름대로는 끊임없이 사이버 공간에서 의사소통을 해왔던 것은 아닐까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모두 인터넷 도사들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누구나 인터넷 사용법을 배워야 하지만 아무래도 인터넷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업무상 보고와 결재시, 특히 해외 출장시에 편리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업무에 활용할 뿐 일상생활에서는 사용하는 일이 많지가 않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따가운 화면을 보는 것보다 느긋하게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이 편리하기도 하고 의미의 전달도 명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요즘의 젊은이들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가까워져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모르고서야 진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또 최근 보여진 인터넷을 통한 빠른 의사소통을 직접 경험하면서 조직에게 있어 얼마나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거창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기성세대들도 앞으로는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때 온 국민이 하나된 힘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끊임없는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는 나도 `인터넷 세대`가 돼보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상에서 한글인지 기호인지 몇번을 봐도 이해되지 않는 문자로 의사소통을 하는 젊은 세대들을 어쩌면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과감하게 그들의 세계에 문을 두드리고자 한다. 본인과 같은 활자세대도 인터넷 이용자라는 사실을 젊은 세대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그래서 인터넷상에서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도전해볼 계획이다. <장병우(오티스LG엘리베이터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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