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글쓰기 능력, 재능보다 학습에 달렸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바버라 베이그 지음, 에쎄 펴냄)


글쓰기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떤 이는 문법과 철자, 문장의 규칙과 형식이 전부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창조적인 생각을 발휘하거나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버드 신학대학원에서 20여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해 온 저자는 "글쓰기란 종이 위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소통 작업"이라며 "어떤 장르의 글을 쓰든지 노련한 작가라면 자기 자신을 문장의 생산자로 보지 않고 대신 자기 자신을 소통 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한다. 글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흔히 "작가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소질이 있으면 글을 쓰고 없으면 쓰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학습으로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작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이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훈련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이 글쓰기 기술이다. 성인이 된 후에 많은 이들이 일상 생활에서 글쓰기를 주저하거나 겁을 먹거나 갈피를 못 잡는 것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교육 체제에 책임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성적을 전제로 하는 학교 교육에서는 이런 기술을 익히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글쓰기에 필요한 것은 천재적 영감이나 재능이 아니라 글을 쓰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라며 "운동이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는 복합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며 그것은 하고 싶은 말을 찾아내는 기술과 이 말을 전달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글쓰기 기술이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될까. 저자에 따르면 ▦할 말을 찾아내기 ▦내용을 가다듬기(발전) ▦전달하기(독자와의 관계를 고려)로 요약된다. '글쓰기 여행'으로 정의되는 이 훈련 과정에는 단계별로 다양한 도구가 활용된다. 이를테면 '할 말을 찾아내기' 단계에서는 자신의 기억과 전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하는 '내부 모으기'와 관찰과 호기심을 기초로 하는 '외부 모으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역량 있는 작가가 되려면 학습 여행을 떠나라"며 "작가로서 학습여행에 오른다는 것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말한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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